60명의 촌장의 집 30채와 촌장의 뒤를이은 40인의 일꾼을 위한 집 20채가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지식의 터전'이다. 지식인들은 한집에 두명씩 거주한다. 그들은 서로 앙숙인 경우도 있고 단짝인 경우도 있다. 어디에 이런 마을이 있냐는 의문이 든다면 이야기를 좀 더 들어야 할 듯하다. 이곳은 '인문학의 위기' '번역서의 범람' 그리고 '출판시장 붕괴' 로 이어진 올한해 출판가의 '괴담'을 불식시키기 위해 김영사가 세운 가상의 마을이다. 고급지식과 대중의 징검다리 역할을 모토로 하고 기획한 '지식인의 마을'은 국내학자들의 머리에 담겨 있던 세계의 지식을 되새김질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써내려 간 교양서 연작이다. 보통 교양서 기획은 단편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시리즈는 대대적이며 포괄적이라는 것이 특징. 지식인 마을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촌장 마을 다윈가에는 고대의 자연철학자들과 근대의 생물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과 페일리, 근대 자연철학을 완성한 뉴턴과 데카르트, 서양 천문학 혁명의 발판을 마련한 갈릴레오와 케플러 같은 지식인들이 이 거리의 주인들이다. 일꾼 마을 촘스키가에는 플라톤가에 살고 있는 원로들의 사상을 이어받아 동서양의 인문사회 사상을 키워간 일꾼들이 주민이다. 현상학의 아버지 하이데거와 해체주의 철학자 베냐민과 아도르노, 20세기 언어학의 창시자 촘스키와 스키너 그리고 하버마스와 푸코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철학·사회학·경제학 등 각 분야의 대사상가들은 플라톤가에 거주지를 마련했고, 20세기를 과학의 시대로 만든 주역들이자 현대인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가에 살고 있다. 언제라도 마을에 가면 역사적인 인물의 사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쯤 되면 100명을 어떻게 선정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법 하다. 지식인 선정은 '철학자들:위대한 서양 철학자들(Philosophers:Intruducing Great Western Thinkers' ,' 위대한 철학자 A-Z(Great thinkers A-Z)' 등외서와 '서양철학사' '한국사상 오딧세이' 등 번역서와 백과사전 그리고 서울대 권장도서100권 등을 참고해 선정한 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학계 원로들의 자문을 거쳐 최종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성을 크더라도 마땅한 저자를 찾을 수 없는 지식인은 제외되었다. 스피노자, 밀·아담스미스, 마키아벨리 등이 이 단계에서 합류하지 못한 인물들이다. 연작은 1차분으로 책을 선정하는 과정과 후기 그리고 미래의 지식인에 대한 비전을 담은 가이드를 포함해 총 16권이 먼저 나왔다. 연작을 기획한 장대익 박사는 "대중적 저술을 폄하하는 학계의 풍토와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의 어려움이 겹쳐 국내 학자들이 직접 저술하는 지식 교양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연작을 기획하고 저자를 찾아 원고를 의뢰해서 책이 나오기까지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식 허브'가 마침내 완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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