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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때깔은 좋지만…

높은 성장세 불구 고용·소득창출 능력 갈수록 하락<br>국제경쟁력도 떨어져 '넛크래커' 신세 전락 조짐도


90년대 이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정보기술(IT) 산업이 ‘빛 좋은 개살구’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IT 산업은 우리 수출의 35%와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성장 주력 산업이지만 부품ㆍ소재 산업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ㆍ고용ㆍ소득 창출의 역할이 떨어지고 있어 성장 견인 효과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주력 IT제품들도 중국ㆍ일본 사이에 끼어 ‘넛 크래커(nut crackerㆍ호두까는 기계)’ 속 호두 신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성장세에도 경제 기여도는 미미= 11일 한국은행이 펴낸 ‘주력 성장 산업으로서 IT 산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2~2005년 IT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5.9%로 비(非) IT 산업의 성장률 3.9%의 약 4배에 달했다. 부가가치 생산액은 2005년 기준 78조원으로 명목 GDP의 10.9%, 수출의 34.8%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95~2003년 우리 경제가 연평균 4.09% 성장하는 동안 IT 자본이 일궈낸 몫은 고작 0.46%포인트(기여율 11.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우리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과 일본의 IT자본의 성장 기여율이 무려 24.7%와 40.3%에 달하는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는 IT 산업이 핵심부품이나 제조장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제조업 5대 주력품목의 중간재 국산화율은 35%에 불과하고 IT제품 수출액의 35.9%가 부품소재 수입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제조장비 국산화율은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완제품과 범용부품 부문에서는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와 설계 분야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소재 부문에서는 일본 등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3~4년에 달하는 등 핵심 분야에서는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생산ㆍ고용ㆍ소득 창출 효과도 바닥= IT 산업은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용ㆍ소득 없는 성장’의 주범으로도 지적됐다. 이는 IT 산업내에서 고용 창출 여력이 큰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 편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IT 산업내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2005년 기준으로 63.8%에 달한 반면 서비스업은 36.2%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IT 산업내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각각 73.4%, 61.1%에 달해 대조를 이뤘다. 게다가 국내 IT 산업의 경우 지난 90년 이후 생산 및 부가가치파급 효과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성장 견인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IT 제조업 산출액 10억원당 유발되는 취업자수는 2000년 기준 5.8명으로 전 산업 평균(20.1명)과 비IT 제조업(20.6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IT 제조업의 생산이 늘어날 경우 상당 부분이 중간투입재의 수입 증대로 이어져 국내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2000년 이후 세계 IT 경기와 높은 동행성을 보이는 등 해외 경기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IT 국제 경쟁력도 악화= 더 큰 문제는 국내 IT 산업이 ‘넛 크래커’ 신세로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을 견제하고 있고 중국이 우리나라를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생산과 수출은 감소세로 전환됐고 세계 5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세계 2위 LCD생산업체인 LG필립스LCD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지난해 8,79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김진용 한은 조사국 산업지역팀 과장은 “IT산업이 부품ㆍ소재산업의 취약성과 생산ㆍ고용ㆍ소득 창출원으로서 역할 저하,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 등 때문에 성장 동력으로서 한계에 봉착했다”며 “IT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파급효과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IT 산업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을 발굴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품ㆍ소재산업의 육성과 원천기술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산업 전반에 IT 이용도를 높여나가고 디지털 컨버전스와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IT 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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