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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삶 그리고…] 임화섭 가온미디어 사장

'밤샘' 연구·개발 결실 글로벌 셋톱박스社 일궈<br>중동·유럽등 해외 공략 성공<br>HD등 고부가제품 비중 확대<br>'올 매출 1,400억 달성 목표'


여러 대의 TV를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멀티룸 셋톱박스

지난 7일 오후 2시, 기자가 찾아간 셋톱박스업체 가온미디어의 임화섭(42) 사장 집무실(경기 성남공단의 아파트형공장 쌍용IT트윈타워 9층)에선 명상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임 사장은 "주변의 권유로 얼마 전부터 오전ㆍ오후 20분씩 짬을 내 명상에 잠기는데 제조업과 수출을 병행하느라 해외출장이 잦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많은 중소기업 CEO들에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를 컨트롤하는데 이 만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예찬론을 폈다. 가온미디어는 지난해 810억원(잠정)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1,400억원(영업이익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임 사장은 1990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에 입사해 11년간 디지털 위성수신기, 유럽형 디지털TV 개발업무를 담당했던 엔지니어. 이 과정에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 연구소 생활도 하고 디지털TV 개발 실무팀장(차장)을 맡아 영업ㆍ마케팅ㆍ애프터서비스까지 챙기면서 사업감각도 익혔다. 임 사장은 다양한 부서ㆍ회사들과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알게된 17명과 2001년 5월 가온미디어를 설립했다. 셋톱박스 사업은 나라마다, 방송사마다 방송규격ㆍ미들웨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 의사결정이 빠르고 몸집이 가벼운 전문기업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벤처 거품이 빠진 시기에 창업했지만 삼성전자 연구원 등이 설립한 회사라는 프리미엄, 곧 매출을 올리며 잘 돌아갈 회사라는 인식 덕분에 투자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기업이 되려면 자체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재무제표가 좋은 회사보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회사가 더 낫다'는 생각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꺼리는 신생 중소기업의 전도는 험난했다. 무명의 '가온' 브랜드를 고집하다 큰 고객들을 여러 번 놓쳤고, 회사 내부에서도 OEM을 하다가 나중에 배를 갈아타면 되지 않느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원칙을 지켰다. 임 사장은 초기 2년간 영업본부장을 겸임하며 미덥지 않아하는 바이어들에게 "정말로 좋은 제품, 경쟁력있는 제품을 공급하겠다. 우린 쉽게 망하지 않는다"며 설득했다. 에피소드 한 토막. 창업 후 중동ㆍ북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해 죽어라 개발한 제품을 현지에서 필드테스트를 하려던 2001년 9월 미국ㆍ영국군이 이라크를 폭격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회사를 차리면서 아내에게 '5년간 남편 구실을 못할 테니 이해해달라'고 한 뒤 3일에 한번은 밤샘하며 개발에 매달렸는데 내겐 사업 운이 없나 보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전쟁 소식을 전해주는 뉴스의 중요성이 커져 우리 제품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더군요. 사업엔 운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임 사장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덕도 톡톡히 봤다. "2001년 말~2002년 초 미국의 북핵시설 공격설이 퍼지자 바이어들이 '한국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해외공장도 없는 너희를 뭘 믿고 거래하겠느냐'며 핀잔을 주더군요. 그런데 한국이 4강에 진출하니까 이런 분위기가 급변, 유럽 진출에 물꼬가 트이는 등 사업에 큰 도움을 받았지요." 가온미디어는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세계 5대 셋톱박스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반을 다졌다. 안정적 수익기반 구축에 필수적인 방송ㆍ통신사업자 매출비중이 2005년 40%에서 60%로 높아졌다. 올해에는 70%를 웃돌 전망이다. 제품 구성도 고화질(HD), 디지털녹화장치(PVR) 내장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높아져 수익성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시장에서도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에 PVR 제품 등을 공급하기 시작, 내수비중을 16%로 끌어올렸다. 올해에는 케이블방송의 HD 전환작업 본격화로 내수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LG데이콤의 인터넷(IP) 셋톱박스 개발업체로 선정됐고 미국 인텔이 개발중인 하이브리드 원칩 솔루션을 탑재한 제품을 생산해 세계 IPTV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기로 해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했다. 변화·혁신에 전사적 역량 집중 ● 올 경영전략 가온미디어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질적인 변화와 혁신의 전사적 동참이다. 이를 위해 K2 프로젝트와 글로벌 오퍼레이션 시스템 구축, 원가절감 등 3가지 중점 추진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 출신 직원들과 팀장 승진을 앞둔 직원들로 3개의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K2(가온 2.0, K2봉) 프로젝트는 '세계 톱 5' 진입을 위한 조직ㆍ개인역량 인프라를 갖추자는 것. 2~3년 과제로 추진되는데 올해 목표는 성과중심의 기업문화 정착, 개인 역량ㆍ리더십 제고, 효율적인 조직문화 구축이다. 특히 모토로라ㆍ톰슨 등 세계 5대 메이저들을 따라잡으려면 결과ㆍ실적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판단 아래 공정한 평가시스템과 차별화된 보상시스템을 마련하고, 사람이 아닌 프로세스ㆍ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으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ㆍ인도 공급물량 증가와 비용절감을 위해 터키ㆍ중국에 이어 인도ㆍ헝가리에 위탁생산기지를 마련,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 사장은 "경쟁력있는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올 연말 접근성이 좋은 분당에 사옥을 마련, 올 연말 이주할 예정"이라며 "창조적인 승부사 기질로 무장한, 가온의 미래를 이끌고 갈 인재를 키우고 찾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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