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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도심에서 남동쪽 2.5㎞ 떨어진 '아틀리에 멘디니(ATELIER MENDINI)',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83)의 작업 공간으로 쓰이는 이곳에선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와 함께 한국 대학생들의 또랑또랑한 질문이 쏟아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이라 평가받는 디자이너 멘디니를 한국의 디자인 새싹들이 찾은 것. 영감을 얻는 방법부터 한국 디자인에 대한 평가까지 호기심 어린 대학생들의 질문에 멘디니는 "주변에 보이는 여러 색채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며 "한국에는 디자인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전통적인 스토리와 높은 기술력(super technology)이 공존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 19명은 2주간 전 세계에서 1초에 1개씩 판매되는 와인병따개 '안나G'를 디자인한 멘디니를 비롯해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등 디자인 선진 도시에서 활동 중인 한국 디자이너들을 만나 디자인의 진수를 맛봤다. 각국에서 만난 선배 디자이너들은 학생들에게 교과서에는 없는 살아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 글로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겪은 좌충우돌 스토리는 예비 디자이너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독일 뮌헨에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 파일럿 피시(Pilot fish)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활약 중인 양성철 디자이너는 "독일 사람 대부분은 실내에 들어오자마자 옷걸이에 옷을 걸어 두는 습관이 있어 이것이 외투 안쪽에 고리를 디자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책상에만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베를린에서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승 디자이너는 "유럽에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한국 디자인이 스킬은 뛰어나지만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견학은 전국 각지의 예비 디자이너들을 국가대표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코리아디자인멤버십'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고 운영한다. 학생들은 런던-바르셀로나-파리-뮌헨-밀라노 등을 거치며 글로벌 챌린지 비전 트립(Global Challenge Wision Trip) 일정을 완수했다.
정영운(KAIST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 군은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듣고, 내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유럽 문화를 경험하며 이곳의 문화를 이해해야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태영(대구대학교 산업디자인과 4학년) 군 또한 "유럽을 다니며 보고 느낀 하나하나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훌륭한 자산이 됐다"며 "포트폴리오를 현지에 나와 있는 디자이너에게 보여드리고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이승헌 디자인진흥원 사무원은 "국내 디자인 산업은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진출하기에 너무 좁고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꿈을 키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디자이너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뮌헨(독일)·밀라노(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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