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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꿈틀 "성장엔진 재가동"
입력2001-12-28 00:00:00
수정
2001.12.28 00:00:00
■ 통계청 11월 산업활동동향 분석재고도 증가세 둔화 경기 바닥서 탈출조짐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설비투자가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인 것이다. 재고증가세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설비투자가 지루한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하고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크게 우려됐던 미래성장동력이 재가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출하가 늘어나는 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재고증가세 둔화는 바닥을 기던 경기가 서서히 이륙할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은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외부 불안 요인이 많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의 봄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투자심리 기지개
올 한해 동안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군분투했다.
일본을 물론이고 싱가포르ㆍ타이완ㆍ홍콩 등 경쟁국들이 연달아 마이너스 성장 속을 헤매는 와중에서도 2%대 성장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어떤 상황아래서도 살아있어야 할 성장엔진이 시름시름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과 투자는 동시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더니 쉽게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점에서 지난 11월 설비투자가 전년 동월 대비 4.4%의 증가세를 보여준 것은 내년 경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 재고증가세 둔화
경기와 출하, 재고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교과서적으로 따져보면 출하가 줄어들고 재고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경기는 침체국면을 보이게 된다.
반면 기업들의 제품 판매가 늘어나고 재고가 줄기 시작하면 실물경기는 기운을 차리는 것으로 돼 있다.
10년 동안이나 황금기를 누려온 미국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이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과잉투자와 재고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더라도 한 나라의 재고상태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일단 국내 실물경기는 출하증가-재고감소의 선순환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제품 출하는 3ㆍ4분기 동안 2.3%가 감소하고 10월 들어서도 0.8%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11월에는 7.1% 증가로 급선회했다. 출하가 늘어난 내용도 좋다.
의복 및 모피(-28.1%), 섬유업종(-9.5%)에서는 출하가 감소했으나 반도체(10.2%), 기타운송장비(57.3%), 자동차(10.5%), 음향통신기기(17.5%) 업종에서 제품 판매가 활발했음을 통계청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올 9월까지 나타난 재고의 급증세는 10월을 기점으로 한풀 꺾인 모습이다.
재고는 9월 전년 동기 대비 11.5%가 늘었으나 10월 들어 4.9%로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고 11월에는 2.3%로 더 낮아졌다.
전월 대비로는 반도체, 사무회계용기계, 1차금속업종의 재고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오히려 1.8%가 줄어들었다.
◆ 아직은 바닥 다지기 국면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9%나 증가했고 썰렁하던 제조업 공장가동률도 73.6%로 최악의 상황을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가늠해주는 도소매 판매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5%가 증가했다.
그러나 11월 산업활동 동향만으로는 경기회복 여부를 점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소비나 투자심리는 안정세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나 다만 엔저, 미국 경기 등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증가폭이 무척 제한적이라는 점도 섣부른 낙관론을 밀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행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 0.2, 0.4, 0.1 등으로 미미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장영 부총리 자문관은 "11월 산업활동 성적은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경기회복을 얘기하기에는 드러난 불확실성과 잠재된 충격요인이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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