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앞으로 실업 당사자인 백수들 입장에서 실업극복활동을 펼쳐나가겠습니다." 20~30대 청년 실업자 모임인 '전국백수연대'를 이끌고 있는 주덕한(38)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펼치는 캠페인에만 기대지 않고 민간 차원에서 실업대책 마련과 해소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백수 생활 10년차인 주씨는 최근 서울시에 '전국백수연대'를 정식 사회단체(NGO)로 등록했다. 서울시는 온라인 가입 회원 6,800명, 친필 서명 회원 102명으로 구성된 백수연대의 정관과 총회 의사록 등을 검토한 결과 충분히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백수연대는 앞으로 서울시와 공동으로 각종 공익사업을 펼치거나 매년 1,000만~3,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주씨의 실업극복활동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7월6일 문을 연 '희망청(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소장을 맡게 된 것. 고 강원룡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설립한 이 센터는 백수연대에 운영을 맡겼다. 희망청의 개청(?) 시간은 백수들의 생활리듬에 맞게 오전11시부터 오후8시까지다. 이로 인해 번듯한 대학(성균관대 역사학과)을 나오고도 각종 신변잡기를 쓰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주씨는 10년 만에 월급봉투를 쥐게 됐다. 그러나 주씨는 백수 신분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월급은 주로 상근자나 백수연대의 활동을 위해 쓰고 용돈은 스스로 벌어서 해결할 작정이다. '취업하면 정회원에서 준회원으로 강등된다'는 백수연대 내규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주씨는 "오랜 백수 생활을 통해 실업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청년실업자 지원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일본ㆍ유럽쪽 백수들과 연대해 '세계백수대회'도 구상하고 있는 주씨는 오는 10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심포지엄'을 우선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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