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터키 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을 접하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지난달 말 찾은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 서울의 명동 격인 탁심 광장은 전자매장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휴대폰과 스마트TV가 가장 잘 나갔고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는 현대자동차 택시들은 경제한류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한ㆍ터키 FTA에 대한 현지진출 기업의 기대감은 컸다. 홍성룡 삼성전자 터키법인장은 "터키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데 지금 FTA로 받쳐주면 한국 기업들이 미래 비즈니스에서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탁심 광장 취재에 나선 것은 오후3시(현지시각)께로 일과시간임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구름 같은 인파를 헤치고 10여분 걸어 들어가자 터키 최대 규모의 전자전문점 '사투른(Saturn)'이 모습을 나타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세계 각국의 기업에서 만든 전자제품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지하 3층에 두 개 층 높이로 세워진 '디지털 리브'. 나뭇잎을 형상화한 이 대형 조형물의 겉면에는 다양한 크기의 삼성전자 LED TV가 빛을 발하고 있다. 에르신 사투른 TV팀장은 "사투른 사장이 IFA 삼성 부스에서 디지털 리브를 인상 깊게 본 뒤 새로 연 숍에 꼭 세우고 싶다고 해서 전시됐다"며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TV 중 삼성 제품의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중에서 스마트TV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특히 스마트TV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2층에는 '숍인숍'으로 삼성전자 휴대폰 코너가 따로 있었다. 무스타파 사투른 모바일 팀장에게 어떤 제품이 제일 잘 팔리는지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갤럭시 S2를 집어들었다. 무스타파 팀장은 "갤럭시 S2, 노트, 에이스 등 제품 종류가 다양해서 그런지 최근 아이폰 유저가 삼성폰을 많이 찾고 있다"며 "휴대폰 중 삼성 제품 비중은 55~60%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특별소비세가 도입된 후 전체 휴대폰 판매는 줄었지만 삼성 제품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고 귀띔했다. 지하1층에 마련된 카메라 등 정보기술(IT)기기 코너에서는 삼성전자의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된 공간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도로 위를 줄지어 달리는 현대차 택시와 경찰차가 한국 기업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터키 택시 중 현대차 비중은 3분의1 이상이고 터키 정부로부터 안전성을 검증 받아 경찰차로도 공급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한ㆍ터키 FTA가 국내 업체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홍신 현대차 터키법인 판매실장은 "10%의 관세가 철폐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에서 삼성전자 TV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탁심 거리의 사투른 매장뿐만이 아니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도로 옆에 커다랗게 세워진 옥외 광고판에서부터 이스탄불 곳곳의 크고 작은 전자 매장, 백화점 등에서도 삼성 스마트TV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터키의 한 대학에서 부동산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연소윤씨는 "터키 사람들은 삼성 TV의 품질이 최고라 생각하는데 백화점에 가면 어김없이 가장 좋은 자리에 삼성 TV가 전시돼 있다"며 "심지어 학교 친구들은 한국에서 사면 휴대폰이 싼 줄 알고 방학 때 한국을 다녀온다 하면 갤럭시폰을 사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 TV의 탁월한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 2010년 상반기만 해도 월 1만7,000대를 넘기지 못했던 판매량은 이제 월 평균 7만대에 달한다. 성장률은 매년 100%. 2010년 대비 2011년 100% 성장했고 지난해 대비 올해 또 100% 성장했다. 지금에서야 터키법인 직원들도 이런 수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홍 법인장이 2010년 6월 부임해 '3개월 뒤 월 4만대'의 판매 목표를 던졌을 때만해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며 사표를 제출한 직원도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는'스마트TV=삼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스마트TV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터키법인은 현재 40%인 이 비중을 올해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2012년 TV 한 품목으로만 6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2010년 8억7,000만달러 매출을 달성한 터키법인은 지난해 1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2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 법인장은 "전년 대비 43% 성장하면 달성 가능한 목표인데 1ㆍ4분기를 보면 환율이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40% 성장을 하고 있다"며 "시장이 성숙되면 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TV와 함께 삼성 플래그십(주력 상품)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휴대폰 판매량도 급증하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주고 있다. 실제 삼성의 휴대폰 판매량은 2010년 대비 2011년 70~80% 성장했고 스마트폰은 같은 기간 무려 500% 성장했다. 이들 제품의 선전이 카메라 등 IT 제품, 백색가전 등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법인 측은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