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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율의 세계를 무언의 화폭속에
입력2000-11-29 00:00:00
수정
2000.11.29 00:00:00
음율의 세계를 무언의 화폭속에
'미술속의 음악展' 금호미술관서 전시
"벨리니의 아리아가 아름다운 아침에 난 문득 '미술 속의 음악'이라는 주제를 떠올렸다. 퉁퉁한 트럼본과 침울한 호른의 선율이 서두를, 더욱 애절한 에코니의 좌절을 마치 예기하듯 그렇게 서두는 시작된다. 온 몸을 통해 느껴지는 공기를 내 몸과 횡경막에 담고, 내 신경계와 혈관계를 멈추고 나는 오직 한 음을 내기 위해 두개골과 광대뼈를 연다."
금호미술관 개관 11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미술 속의 음악"을 기획한 큐레이터 신정아의 엉뚱한 고백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발상의 시현이기도 하다.
이제 사람들은 음악과 미술이 원래 한통속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마땅히 가져야할지도 모른다. 의구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니 참으로 고약하게 음악과 미술이 서로 얽혀 있었던 것일까. 큐레이터 신정아는 이렇게 강조한다.
"피카소는 큐비즘을 내세운 뒤부터 음악을 소재로 다루기 시작했고, 호안 미로는 여러 빛깔의 선과 형태들로 음악적인 조화를 보여주었고, 색채에 대한 각별한 체험을 한 칸딘스키는 음악적인 선, 형태와 색채로 자유로운 화면구성을 추구했다.
인상파 미술의 회화적인 면을 음악으로 표현한 드뷔시의 피아노 곡은 모네의 그림을 보는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관객들은 이제 금호미술관에 펼쳐진 한바탕 현시(顯示)를 보고, 음악과 미술의 은밀한 만남을 목격하는 즐거움을 얻게됐다.
다소 인위적인 냄새는 풍기기는 하지만 묵언의 화폭 속에 담긴 음향의 울림과 떨림을 탐색하는 것이 이번 전시가 주는 과제이다.
내달 6일부터 2001년 2월 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모두 세 가지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봉주르 듀피'. 프랑스 니스에 소재한 보자르 미술관과 르아브르의 말로 미술관에서 음악을 주제로 한 라울 듀피(1877-1953)의 작품 20점을 대여해서 특별 전시한다.
듀피는 악기가 가진 고유한 음색, 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음악가의 다양한 포즈, 연주회장에서 어우러지는 음악적 하모니를 화려한 색채와 생생한 필치로 표현한 작가. 그는 교회의 오르간 반주자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음악과 바다와 더불어 자랐다"고 고백하고는 했다고 한다.
두번째는 작가 정경희가 연출하는 '마적 2001'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적'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의 공간. '마적'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들 대신에 천사소년이나 무사들과 같은 엑스트라급 인물들을 주요 배역으로 등장시켰다.
인물들의 의상들 또한 새로운 실험을 보여준다. 어떤 의상은 최근에 개발된 광원들을 써서 스스로 빛을 내었고, 또 다른 의상에는 초박형 TFT 디스플레이어가 달려있다. 그 디스플레이에는 바리톤의 음역을 가진 가수가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다.
세번째는 국내 작가들이 연출하는 '음악을 위하여'가 준비되어 있다. 주명덕, 황규태, 고명근, 이호철, 이주연, 송경혜, 장화진 등이 바하, 모차르트,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등 음악가의 이미지와 그 세계를 미술작품으로 옮겨놓았다.
미술과 음악의 만남. 그것이 진정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발상'의 차원에서 '창조'의 진정한 영역으로 넘어가는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 이제 그 평가는 관객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문의 (02)720-5114.
이용웅기자
입력시간 2000/11/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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