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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콜 옵션」의 공적/윤창현 명지대 교수(기고)

여기 복권이 하나 있다. 이 복권은 한 달후의 삼성전자주식가격이 6만원을 넘느냐, 못넘느냐에 따라 당첨여부와 당첨금이 결정된다.특히 당첨금은 6만원을 얼마나 넘었느냐에 따라 사후에 결정된다. 예를 들어 한달후 7만원이 되면 당첨이 되어서 1만원(6만원보다 1만원 올랐음)을 지급받고 8만원이 되면 당첨과 동시에 2만원(2만원 올랐음)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5만원이 되면(6만원이 안됨) 꽝이 되어 당첨금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복권(예를 들어 주택복권)은 당첨될 확률과 당첨금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복권의 가치를 산출해볼수 있다. 그러나 당첨금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만기일에 가서야 결정되는 이 이상한 복권의 가치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 복권을 사고 팔기가 쉽지 않다. 이 복권을 발행해서 파는 사람은 만기일에 주식가격이 7만원은 될것이고 따라서 복권당첨금이 최소 1만원은 될거라고 선전하며 이 복권을 비싸게 팔려고 한다. 한편 이 복권을 사겠다는 사람은 만기일 주식가격이 6만원을 조금 웃돌아서 당첨금이 2천∼3천원밖에 안될거라면서 싸게 사겠다고 한다.(6만원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예 이 복권을 살 생각이 없다) 이러다 보니 이 복권의 가격은 팔자호가는 굉장히 높고 사자 호가는 굉장히 낮아져 거래가 용이하지 않다. 이 복권의 가격은 얼마일까? 어떻게 이 복권에 대한 객관적인 균형가격을 구할 수 있을까.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이 복권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은 서로 크게 싸울 것 없이 균형가격근처에서 이를 거래하면 된다. 일견 쉬워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 복권의 가치를 객관적인 지표들을 통해 산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 복권의 이름은 주식콜옵션이다. 그리고 이번에 숄스 교수와 머튼 교수는 옵션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자산의 가치를 산출하는 공식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얘기는 30여년전으로 돌아간다. 시카고 대학에서 만난 블랙 교수와 숄스 교수는 이 옵션의 가치를 산출하는 작업에 몰두하였다. 드디어 옵션의 가치를 풀 수 있는 2차원 미분방정식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 방정식을 물리학에서 쓰는 열전달 방정식(Heat Equation)으로 치환하여 해를 구하였다. 드디어 블랙­숄스공식이 탄생한 것이다. 이 공식은 1973년에 시카고 대학에서 발간하는 권위있는 잡지인 「저널 오브 폴리티칼 이코노미」에 게재되었다. 한편 위의 두교수와는 독립적으로 옵션가격결정이론의 연구에 몰두하던 머튼 교수는 뒤늦게 「벨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들은 그 이후 금융발전의 역사에 한 지평을 여는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 90년도 노벨상 수상자인 시카고 대학의 밀러 교수는 86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20년간 최고의 금융혁신은 금융파생상품이었다」고 칭찬하였다. 금융파생상품분야의 이와같은 엄청난 발전의 이면에는 이번 수상자들의 공헌이 지대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학자가 있다. 바로 블랙 교수이다. 블랙­숄스공식의 공동 개발자인 블랙교수는 2년전, 환갑도 채 못넘긴 58세의 나이에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그는 이번에 틀림없이 노벨상을 공동수상하였을 것이다. 그는 교수생활을 그만두고 유명한 인베스트먼트 뱅크인 「골드만 앤드 삭스」의 파트너로서 학문적 영역과 금융실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몰두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학술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경제이론에 대한 논문을 계속 저술하였다. 숄스 교수와 머튼 교수는 「살로먼 브라더스」의 전설적인 귀재 메리웨더가 독립하여 설립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회사의 공동설립자로서, 파트너로서 이론과 실무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금융분야는 이제 하이테크산업이 되고 있다. 여유자금은 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은 이를 대출을 통해 운용하는 식의 일상적 간접금융의 영역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투자자와 기업이 유가증권을 통해 자금을 직접거래하는 직접금융의 영역은 간접금융분야를 제치고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구미에 맞는 각종 금융신상품이 계속 개발될 것이고 옵션을 포함한 금융파생상품은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대학에서 수학전공 학생들이 옵션에 관한 입문서를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향후 고도의 지식정보산업으로 탈바꿈해야할 금융산업에의 인적, 물적 투자가 계속 진척되어야 할 이 시점에서 금융의 지평을 크게 넓히는 데에 공헌한 숄스와 머튼 교수, 그리고 비록 세상을 떠나서 수상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수상을 한 것과 다름없는 블랙 교수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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