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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대형TV 불티… 과소비 다시 '고개'
입력2002-03-07 00:00:00
수정
2002.03.07 00:00:00
증시회복·집값폭등 타고 "일단쓰자" 씀씀이 커져'과소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주가가 840선을 돌파하고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등 경기가 활황조짐을 보이자 백화점의 대형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2,000~3,000만원 대 이상의 중ㆍ대형차와 외제차 매출이 급증하는 등 분에 넘치는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 고가ㆍ대형TV 불티
"수 백만원대의 디지털TV가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등 고객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는 게 눈에 보입니다" 7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직원의 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내 전자상가나 백화점에서는 고가의 디지털 TV들이 제철을 만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수 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에 이르는 높은 가격대의 대형 프로젝션 TV나 벽걸이 TV들의 판매도 호조를 띠어 이 백화점의 경우 올 1~2월의 고가TV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 호전과 디지털 위성방송 출현, 그리고 월드컵때 좀더 생생한 화면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가의 디지털 TV가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중형차 없어서 못 팔아
차량구매 형태도 작은 것보다는 큰 것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출시된 2,000만~3,000만원대의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나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등 SUV형 차량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난달에만 1만여대가 팔렸다.
또 최근 선보인 쏘렌토의 경우 구매자들이 몰려 지금 신청하더라도 최소한 2달이 넘어야 제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외제차도 최근 2달간 판매대수가 1,600여대를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나 늘어 호황을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 영업직원은 "지난달 소형이나 경차 판매는 오히려 줄었지만 중형차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며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헌것은 버리고 새것만
새 아파트에 입주하거나 이사를 하는 사람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가구나 전자제품을 한꺼번에 모두 바꾸는 등 과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
일산에 사는 주부 장모씨는 최근 입주가 시작된 주변 한 아파트단지에 들어오는 이삿짐차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차량마다 포장도 뜯지 않은 대형 냉장고와 가구 등을 가득 실었기 때문이다.
장모씨는 "입주자들이 저마다 헌 냉장고나 가구 들은 버리고 새 물건들을 가져오는 것 같다"면서 "비교적 큰 평형의 아파트라 고소득층일 걸로 짐작하지만 마음이 썩 좋지 않다"고 푸념했다.
이종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는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시민들은 자칫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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