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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새천년 잡아라' 그룹 PR광고 봇물

최근에 재벌그룹들의 PR광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룹」이라는 말도 많이 퇴색한 이때 왜 갑작스런 그룹광고일까.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룹의 이미지가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광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위 브랜드파워에 대한 인식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심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5대 재벌 가운데 현대가 올들어 한건도 그룹PR을 하지 않은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삼성, 대우, LG, SK 등은 일반 소비자가 직접 쓰는 제품들을 많이 생산한다. 이들 제품은 저마다 앞에 그룹의 이름을 달고 소비자에게 다가선다. 삼성냉장고, 대우세탁기, LG에어콘, SK 스피드011 등이 그것이다. 그룹PR광고를 보면 재벌이 2000년 이후를 어떻게 계획하고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가닥을 잡아볼 수 있다. 이 광고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밀레니엄시대」를 외치며 국민에게 제시하는 비전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2건의 그룹PR광고를 내놓고 있다. 1편에서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를 배경으로 개척자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새 밀레니엄은 문명의 전환점이 될 것이고 그 역할을 삼성이 맡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2편 역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이스터섬에서 「삼성인이 미래와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돼 새 천년을 열겠다」고 다짐한다. 문화보다는 문명을, 유지보다는 확대를 추진하는 인상을 받는다. 대우는 희망찬 미래만 제시하기보다는 땀흘려 일했던 60~70년대를 흑백화면으로 같이 보여주며 지나간 시절이 우리의 밑거름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어 「대우가 앞에 있습니다」라는 새 슬로건으로 다가오는 천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동안은「대우가 있습니다」였다. 역시 현재까지의 결과가 토대가 되겠지만 기본정신은 「세계경영」으로 표현되는 확대정책인 것같다. LG는 「밀레니엄맨」이라는 상상의 주인공을 통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밀레니엄맨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TV가 컴퓨터로 바뀌고, 선인장에서 귤과 사과가 열린다. 상상의 일을 실현시키는 마술사의 손을 통해 LG가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천년에 대한 준비물로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SK는 지난해부터 「고객만족」이라는 일관된 컨셉으로 꾸준히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새 천년에 대한 기대감이나 이상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작지만 중요한 것부터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고객은 참 냉정하십니다」, 「고객이 기업에게 월급을 주신다」, 「고객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등의 카피를 중심으로 고객이 OK할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반면 현대는 올해 기업PR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는 경공업보다는 중공업에 치중해와 상대적으로 일반소비자에게 기업이미지를 홍보할 필요성이 적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다른 재벌보다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표정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광고를 보면 삼성이 일을 제일 많이 벌일 듯싶은 느낌을 준다. 대우는 벌이기는 하겠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먼저 할 것같다. LG는 컴퓨터·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으로 방향을 세운 것같고 SK는 고객에 대한 연구가 가장 중요한 분야인 모양이다. 누가 제대로 타깃을 잡았는지 알려면 최소한 100년은 기다려야 할까. /한기석 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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