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긴급진단] 확산되는 미국發 기업신용 위기

'불신의 암세포' 세계경제 강타 >>관련기사 지난해 9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뒤 불과 한달 만에 미국과 세계 경제 앞에 또 다른 적(敵)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굴지의 에너지 기업 엔론에서 시작된 기업들의 분식회계다. 이후 실적 악화를 감추기 위해 수익을 부풀리고 부채를 숨기는 등 회계장부를 조작해 온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는 '불신'이라는 이름의 암세포가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가장 탄탄하다는 신뢰 속에 세계 경제 위에 군림해 온 '주식회사 미국'의 신용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 엔론에서 시작돼 퀘스트에 대한 검찰 조사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터져나온 회계부정 스캔들의 충격파는 이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자라나 세계 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렸거나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 미 기업신용 추락극의 막을 연 엔론과 그 공범자인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 타이코, K마트, 글로벌크로싱, 38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월드컴과 형사상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굴지의 미 기업들이 부패와 사기의 온상이라는 실체를 드러냈다. 이밖에도 수많은 기업들로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등 일련의 기업 스캔들은 미국 경제를 총체적인 불신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회사를 망쳐 놓은 경영자와 기업과 한 패가 돼 장부를 조작하는 회계법인, '썩은' 기업에 돈을 투자하라고 오도하는 증권사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방치한 감독 및 행정 당국 등이 예외없이 투자자들의 믿음을 저버린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불신은 곧바로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회계 스캔들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출렁이고 있다. 검찰이 퀘스트의 회계부정에 대해 형사사건으로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미 증시는 9ㆍ11 테러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이며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과거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년 간 굳건하게 위상을 지켜 온 달러화도 미국에 대한 신뢰와 함께 속락, 엔화 대비 가치는 연초 달러당 135엔대에서 117엔대까지 주저앉았다. 몇몇 '썩은 사과'에서 비롯된 뉴욕발(發) 불안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독소를 뿜어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 97년 이래 경영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장부에 손을 댄 미국 기업이 1,000개에 육박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지금까지 드러난 회계부정 의혹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월드컴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회계부정의 불길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비화되자, 부시 대통령도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섰다. 지난 9일 부시 대통령은 특별 담화를 통해 "지금 미 경제에 가장 시급한 것은 윤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미국이 새로운 투명성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미 경제에 숨어 있는 부패의 싹을 이번 기회에 모조리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뒤늦은 대응이 미 경제의 상처를 치유하기에 역부족이란게 대세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자신들도 과거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혹을 사고 있어, 기업에 대해 칼날을 세우기엔 스스로의 투명성부터 문제시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신경립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