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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만들자] <2> 실업의 원인 진단

새 성장동력 못찾으면 "상황 악화" 효율위주 경영에 기업 성장해도 일자리 안늘어


[일자리를 만들자] 실업의 원인 진단 새 성장동력 못찾으면 "상황 악화" 효율위주 경영에 기업 성장해도 일자리 안늘어 • IT기업 해외 아웃소싱 확산 "고부가 서비스업종서 돌파구를"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2년 내내 취업에만 매달렸어요.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회사가 100곳이 넘는데 괜찮다 싶은 기업에선 도무지 합격이 되질 않아요.” 지난해 2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어문학부를 졸업한 최모(24ㆍ여)씨. 그는 취업을 위해 1년간 해외어학연수를 다녀왔고 면접시험에 대비, 치아교정에 쌍거풀 수술까지 거금을 아끼지 않았건만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다. 최씨는 희망하던 직장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죽도록 일만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절박했다. ‘괜찮은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음, 네이버 등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취업을 목적으로 수백개의 카페나 커뮤니티가 결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구직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어려움을 이겨 나가려 애쓰고 있지만 막상 게시판에서 ‘취업에 성공했다’며 축하해달라는 글을 찾기는 힘들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문제는 세계화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노동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데서 1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다 힘든 일을 꺼려하는 근로의식의 저하와 고학력 근로자의 급증, 경직된 노사관계 등이 난마처럼 얽혀 좀처럼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착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한해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정책을 펼쳤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노동부 분석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는 2003년과 2004년 두 해 동안 65만명이 사라졌다. 정규직이 사라진 빈 자리는 2002년 380만명에서 2004년 무려 540만명으로 늘어난 비정규직들이 채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을 한국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데서 찾고 있다. 21세기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전략이 구체화하지 않는 한 일자리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은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새로운 수沽?발굴을 통한 적정규모의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은 “산업전략 차원에서 실업문제를 접근하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대기업의 효율성 위주 경영도 고용문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형 경영에 주력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취업자수를 나타내는 취업계수는 80년대 93.3명에서 2003년에는 44.7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경제규모가 2.08배 이상 늘어나야 취업자수가 변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수치다. 일례로 시중은행의 경우 97년말 임직원수가 11만3,994명에서 지난 6월말 현재 6만8,118명으로 불과 6년반만에 40% 이상 줄었다. 외국계 은행의 출범은 물론 은행간 인수ㆍ합병이 잇따른 데다 인력 감축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해방 이후 50년 가까이 유지돼온 은행권의 고용안정 신화는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실제로 2003년에는 플러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한 98년을 제외하고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취업자수가 줄어들었다. 3.1% 경제성장에도 취업자는 3만명이 줄어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IT 산업이 급성장, 2003년 국내 경제의 18%선까지 차지했지만 기술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IT산업 종사자의 고용비중은 전산업 종사자의 6%도 채 되지 않았다. IT산업의 가파른 성장이 주도하는 한국경제의 진전이 일자리 증가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저임금과 효율성을 좇아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점차 고용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섬유ㆍ봉제 등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90년 이후 연평균 10.4%씩 늘어났다. 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으로 국내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89년 27.8%에서 2003년엔 19.0%로 줄어들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해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일자리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전체 취업자의 70%를 차지하는 50인 이하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도산으로 경영난이 가중화하고 있지만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 종사자는 93년 152만명에서 2002년 77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743만명에서 1,012만명으로 36%나 늘어났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인력공급시장과 생산현장 사이의 불균형도 고용시장의 왜곡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이 달려 아우성인데 정작 70만을 웃도는 청년실업자들은 3D업종을 기피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는 14만명 이상의 인력이 항시 부족한 실정이고 중고기업 경영자들은 ‘인재확보’를 경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고용시장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양성 분야의 정책 발굴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어 교수는 90년대 이후 4년제 대학이 급증하면서 70년대 실업계 고등학교, 80년대 전문대학이 수행해온 기능인력 양성기관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이 기능인력 및 지역수요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개편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는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고교졸업자의 취업률은 60.1%에 불과해 1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학졸업자의 취업률도 56.4%로 지난해 59.2%에 비해 2.8%포인트나 급락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준비해도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청년 백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성장 잠재력을 키워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구조의 개편, 구인ㆍ구직자를 신속하게 연결해주는 고용서비스 선진화 등 중장기적인 정부의 마스터 플랜 수립과 일관된 실천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입력시간 : 2005-01-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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