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해체 움직임을 계기로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기조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서둘러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증권사의 규모가 작은데다 투자은행(IB) 역량 등이 떨어지는 만큼 오는 2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은 물론 지급결제 허용 등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등을 그대로 시행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새로운 금융감독체제를 추진하는 마당에 금융규제 완화기조를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국제사회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금융정책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무턱대고 기존의 금융규제 완화기조를 뒤집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며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도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해외의 금융정책 기조 등을 참고하는 동시에 공청회 등 진지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정책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보험업법 개정이다. 정부는 당초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자통법을 먼저 시행해본 후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규제개혁심사단이 발족하면서 갑작스레 보험사들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후 일사천리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우선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게 골자인데 정작 ‘무엇을 지급결제 대상으로 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험업법에 지급결제 대상을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구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2월 시행 예정인 자통법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한데 묶어 금융투자회사로 만드는 것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처럼 독립법인 형태로 가도 자산운용사를 통한 계열사 지원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많은데 아예 1개 법인으로 합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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