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 취임 100일…전경련을 보는 재계 시각 "전경련이 아니고 '친경련'이 돼버렸습니다. 재계 대변은 고사하고 (전경련이) 일하기 좋은 직장만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오는 4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 가운데 이를 보는 재계의 시각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허 회장이 본격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만 재계의 불만은 이미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전경련 내부의 몇몇 사람에 의해 조직이 움직여지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재계의 회비로 운영되는 전경련이 내부에 있는 소수 몇몇 사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전경련이 사조직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사조직화에 대한 우려는 이 관계자만의 말은 아니다. B사 관계자는 "인사ㆍ조직개편 등이 재계 대변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소수 몇 사람의 입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직간접적으로 이런 우려를 여러 기업들이 전경련 실무진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도 "불만이 쌓여가면서 전경련의 새 사옥 착공도 결국 재계가 아닌 전경련만 좋은 일 시켰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며 "전경련의 위상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들만의 단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조직화를 넘어 전경련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친목조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전경련과 재계가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전경련이 친목조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회비를 내는 것 자체가 아깝고 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내부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경련 일각에서도 전경련이 어느 새 일하는 것이 비해 월급만 많이 받는 그저 그런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일을 안 해도 줄만 잘 서면 승진하고 움직이지 않아도 봉급을 잘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겠느냐"며 "봉급 받기가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재계는 물론 내부의 이 같은 비판적 시각은 전경련이 제 역할을 전혀 못하면서도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전경련은 동반성장,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에 대해 재계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단체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지만 최소한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소마저 전경련이 접수해 통치하려고 하는 등 제 몫 찾기에 급급한 내부의 잘못을 허 회장이 시급히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사 고위 임원은 "허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은 현실이지만 전경련과 재계 간에 점점 벌어지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잘못된 내부조직을 추스르는 인사를 단행하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임원은 이어 "내년이 되면 총선과 대선이 실시되고 그에 따라 정치권의 기업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만약 전경련의 현 상태가 계속된다며 재계가 겪을 고통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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