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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슈퍼 엔] 1. 치솟는 엔화

현재 이들 화폐의 교환비율은 1대0.9519대1.0400. 달러가 엔화보다 약간 높고 유로화보다는 조금 낮다. 하지만 일본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미국의 성장이 감속되는 바람에 세계경제의 3대축을 형성하는 이들 통화가치가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우리 경제에는 당장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주력수출품이 일본과 경쟁관계에있어 엔고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고 훈풍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경험에 비춰볼 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3극 통화등가시대를 맞아 수출전략을 시급히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엔고가 경제지도를 바꾼다=통화등가시대의 추진엔진은 엔고.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경제와 엔화의 위력이 미국과 유럽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15일 도쿄시장에서 엔화환율은 달러당 105엔이었다. 올들어 최저였던 지난 5월 말의 124엔보다 약 20% 올랐다. 엔저 시기였던 지난해 8월의 147엔과 비교하면 평가절상폭이 40%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시간만 늦출 뿐이다. 개입하면 상승세가 추춤했다 다시 오르는 패턴이 7월 초부터 반복되고 있다. 엔화가 달러와 유로화를 수렴시키고 있는 셈이다. 강한 엔화는 세계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7~8월 중 국제자금 182억달러가 일본으로 순유입됐다. 이달 중에는 유입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화상승의 탄력이 수그러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한 유로의 하락=유로화도 엔화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연초 유로화 출범 당시 환율은 1유로당 134엔, 지금은 109엔선에 형성돼 있다. 일본에 유입되는 자본의 절반 가량이 유럽계라는 점에서 엔화의 유로화에 대한 강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돈의 가치가 가장 높았던 유로화는 엔과 달러에 대해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다. 애초 「통화등가시대」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7월께. 연초 달러당 1.1675로 출범한 유로화는 3월 1.18까지 치솟은 후 7월 1.0142선까지 떨어지면서 「달러·유로 등가시대」란 말이 나왔다. 화폐 1단위의 가치가 약했던 엔화는 강세로 가고 가장 높았던 유로화는 약세로 돌아서면서 교환비율도 엇비슷해졌다. 달러를 사이에 두고 두 통화가 서로 내려오고 올라간 것이다. 7월보다는 가치가 다소 올랐지만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당분간 하락을 지속할 전망이다. 분기결산을 앞둔 유럽기업들이 환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달러 매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의 경제성장으로 유로화 약세가 멈춰질 가능성은 있다. 같은 이유에서 3개 통화가 한 점에서 만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기 호재, 중장기 악재=주요통화 교환비율이 같아진다면 우선은 호재로 작용한다. 엔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전자·반도체·철강·조선·자동차 등 주력수출품이 일본과 겹치는 우리의 여건상 엔고는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증시에도 이들 엔고수혜주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성장이 둔화하고 달러화 가치도 하락한 미국경제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전체 빵의 크기가 축소된다. 미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시장이다. 수출주력품목의 핵심부품과 설비가 대부분 일제라는 점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는 일본에 돈을 벌어주면서 흑자 교역대상인 미국과 유럽의 무역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일수입 증가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되살아난다. 이미 8월 중 대일적자는 지난해 수준에 달하고 있다. 설령 엔고가 지속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95년 4월 달러당 79엔대까지 갔던 슈퍼엔고의 단맛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격한 엔저가 찾아와 시장을 잃고 연간 250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종국에는 외환위기를 맞은 경험도 있다. 반면 일본은 엔고를 겪으며 상품경쟁력을 더욱 다듬었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엔고와 반도체 특수가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품질로 경쟁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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