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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여인을 통해 바라본 앤디 워홀의 뒷모습 '팩토리걸'


세기의 예술가들에겐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준 여인이 있었다. 릴케의 여인 살로메, 카프카의 여인 밀레나 등. 영화 ‘팩토리 걸’은 팝아트로 20세기를 풍미한 예술가 앤디 워홀의 여인 에디 세즈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현대적이고 인공적인 앤디 워홀의 이미지에 걸맞게 그녀의 여인 에디 세즈윅도 지극히 현대적인 여인이다.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나 그 속을 방황하다 끝내 파멸한 여인의 모습을 통해 앤디 워홀 예술의 이면을 바라본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한창 자유로운 예술의 정신이 꽃피던 1965년의 뉴욕. 이 곳에서 수프깡통을 이용한 파격적 전시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던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은 한 파티에서 정신을 잃고 춤을 추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을 발견한다. 재벌가의 아이로 태어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그녀. 앤디 워홀은 그녀에게서 숨겨진 엄청난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녀를 자신의 예술적 아지트인 ‘팩토리’로 초대한다. 이 곳은 앤디 워홀이 그의 예술적 동료들과 함께 모든 예술적 자유를 펼쳐 나가던 곳. 어느새 에디는 이 팩토리의 주요 인물이 되고, 앤디 워홀의 예술에 영감을 주는 뮤즈로 한시대의 아이콘이 되 간다.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대중의 관심과는 달리 세상에 대한 그녀의 소외감은 깊어지기만 하고, 그녀의 일탈은 점점 심해진다. 조지 하이켄루퍼 감독이 만들어낸 60년대 예술계의 나른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실험의 예술과 일탈이 일반화돼 있던 당시 예술세계의 혼란스러운 이면이 그의 영상 속에서 실감나게 그려진다. 그가 재창조해낸 예술계의 모습 속에서 앤디 워홀의 예술세계를 훔쳐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이미 서구에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잘 알려진 가이 피어스, 시에나 밀러 등은 다양한 고뇌와 갈등을 함축하고 있는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살려낸다. 앤디 워홀 역의 가이 피어스, 에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 모두 두 예술가의 현신(現身)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은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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