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세가 확대되자 증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최근까지 시장을 주도해온 정보기술(IT)ㆍ자동차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가를 힘차게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이 없는데다 투자심리도 훼손된 탓에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는 1,600포인트선 부근까지 밀려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투자 대상은 경기방어주나 환율하락 수혜, 실적의 추가 개선, 배당 메리트를 겸비한 기업으로 압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외국인 매도 강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1일 코스피지지수는 전일에 비해 28.51포인트(1.70%) 하락한 1,644.63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2,34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면서 7,4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올 3월 초 이후 가장 긴 매도 행진이다. 외국인 매도는 환율이 1,17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데다 4·4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수 추세가 꺾였다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72조원어치를 순매도한 상태라 국내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26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단기차익실현 욕구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까지 국내 비중을 크게 줄였던 탓에 매수기조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T·자동차 하락한 반면 경기방어주는 상승=이날은 전기전자ㆍ자동차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전기전자업종지수가 3.19% 내렸고 운수장비업종은 5.02%나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2.82% 떨어졌고 현대차는 8.07%나 빠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개입으로 반등했지만 이미 1,170선까지 떨어져 수출주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증시의 변동성이 강화되면서 경기방어주들은 강세를 이어갔다. SK텔레콤과 KT가 1.37%, 0.37% 올랐고 한국전력과 KT&G도 보합세에 그치면서 꿋꿋함을 보였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성장주에서 배당이나 저PBR 중심의 가치주로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하락 가능성도 무시 못해=코스피지수가 1,640선까지 내려오면서 증권가에서는 7월 이후 지속됐던 상승 기대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심리선이라고 일컬어지는 20일선이 1,660포인트대였는데 이보다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3·4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다가오지만 이미 기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인데다 앞으로 경기선행지수 둔화나 환율하락에 따른 기업 채산성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단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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