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경제체질 바꿨다<br>80년대말 부동산 버블붕괴로 금융위기 직면<br>5년걸친 강력한 구조조정, 노동·복지등 개혁<br>호황불구 작년 3차례나 금리인하 "주마가편"
|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최근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펼쳐 내수경기를 살려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슬리에 있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웅장한 모습 |
|
|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최근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펼쳐 내수경기를 살려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슬리에 있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웅장한 모습 |
|
|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최근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펼쳐 내수경기를 살려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슬리에 있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웅장한 모습 |
|
[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 노르웨이 극복 사례
금융위기가 경제체질 바꿨다80년대말 부동산 버블붕괴로 금융위기 직면5년걸친 강력한 구조조정, 노동·복지등 개혁호황불구 작년 3차례나 금리인하 "주마가편"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최근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펼쳐 내수경기를 살려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웅장한 모습
지난해 12월말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의 입국장.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면세점마다 빨간 쇼핑백을 손에 든 사람들로 온통 북적거렸다. 프랑크푸르트나 마드리드 등 유럽 몇 개국을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취재팀을 마중나온 KOTRA 오슬로무역관의 로게 무어씨는 “고유가로 석유수입이 늘자 정부가 최근 1인당 약 1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내수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확실하게 소비가 늘어났어요. 2~3년전 보다 20% 가량 더 팔리고 있는 거 같아요.”
오슬로 중심가인 칼요한 거리의 여성복 전문 매장인 쿠부스에 들어서자 점원인 아네트 요한슨(22ㆍ여)씨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북유럽의 대표적인 석유수출 부국 노르웨이는 하지만 강도와 파괴력에서 차이가 있을뿐 우리나라처럼 금융위기에 직면했었다.
지난 80년대초 노르웨이는 금융대출이 통제 수준이상으로 팽창하면서 부동산과 주식가격에 거품이 꼈었다. 여기에 충격을 준 것이 80년대말의 유가하락. 실물 경기가 퇴행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다. 개인 파산과 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진 끝에 상당수의 은행들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을 정도다.
노르웨이 정부가 선택한 해법은 금융산업 등 모든 분야에 걸친 강도높은 개혁. 지난 92년3월 3개 대형 상업은행을 국유화했다. 곧 이어 과감한 인력 및 조직감축을 단행하는 등 경영합리화 작업에 착수했다.
뿐만 아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부실발생 초기단계부터 은행별 손실과 처리계획을 명확하게 공개, 시장불안을 최소화시켰다.
주주들에게도 경영부실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었으며, 해고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노동분야의 일대 혁신작업을 벌였다. 나아가 복지부문에서도 주택보조금 삭감, 의료지원비 감축 등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줄여 재정 건전화를 도모했다.
스베인 예드렘 당시 중앙은행총재(금융위기의 소방수로 나섰던 핵심인물)는 “나중에 돌아보면 결국 일부 주식투자자들만 손해를 봤을 뿐”이라며 “한국의 외환위기처럼 경제시스템이 마비되는 불행한 상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안정된 금융시스템…최대 호황 즐긴다= 노르웨이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 노동 및 복지 부문의 왜곡된 상황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리는 데는 총 5년이 걸렸다.
이 결과 금융위기 당시 7.1%에 불과했던 은행의 평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3년만에 13.0%로 뛰어 올랐고, 같은 기간 총자산 이익률은 마이너스 4.6%에서 1.2%로 개선됐다.
노르웨이는 사회보장 제도가 워낙 잘돼 있어 중산층 붕괴와 같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은 점도 금융위기가 확산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르웨이 금융위기가 지금도 회자되는 것은 노르웨이가 이를 계기로 탄탄한 경제시스템을 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만해도 노르웨이중앙은행은 인플레를 막고 내수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를 3차례나 인하했다. 일종의 ‘주마가편’ 정책을 펼친 셈이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건설경기도 좋아지다 보니 내수호황에 가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떼르예 스트롬 노르웨이경제인연합 국장은 “내수 활황의 배경에는 낮은 이자율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금융정책이 있다”며 “만약 금융위기와 같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면 낮은 이자율 정책을 동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준 KOTRA 오슬로 무역관장은 “80년대말 거품경기의 폐해를 경험한 노르웨이는 경제체질 개선과 견실한 재정운영에 주력해왔다”며 “요즘 97년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이처럼 준비된 경제시스템 덕택”이라고 진단한다.
2005년 겨울 오슬로 어디를 둘러봐도 과거의 금융위기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이규진(팀장)·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 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 2006/01/17 17:19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