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와는 각도가 조금 다르다. 연초까지만 해도 금리인상 주장은 경기회복이 채 무르익지 않고 자금의 단기 부동화 역시 다소 완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조금은 설익은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상향조정을 기폭제로 민간에서까지 자생적인 회복의 기운이 움트는 것을 기반으로 '더 늦추면 버블'이라는 보다 공격적인 톤으로 인상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 논쟁이 궤도를 달리한 상황에서 '제2라운드'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신임 총재 취임과 함께 나가온 인상 논쟁=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부임할 당시만 해도 시중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훨씬 멀어졌다는 시각이 득세했다. 시중의 채권금리는 자연스럽게 급락했다. 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민간의 자생력 회복'을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당분간 '성장 중심'의 통화정책을 펼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총재의 '민간 자생력' 발언은 오히려 인상 주장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한은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4.6%에서 5.2%로 상향 조정하면서 민간의 자생력 회복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현재의 경기지표가 아닌 연간 성장률 전망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하지만 '선제적 인상론'에 근거한다면 지금의 지표만으로도 인상 여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김 총재가 취임한 후 나온 각종 경기지표들까지 조기 인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취임 직후 나온 통화지표에서는 단기 부동화가 다시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협의통화(M1ㆍ평잔 기준)가 지난 2월 38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9% 늘어나면서 증가 속도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 상반기 2.5%에서 하반기 2.7%, 내년 3.3%로 높아져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일치된 분석이다. 특히 14일 나온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은 선제적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5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고용동향에도 조금은 봄기운이 스며든 것이다. 고용이 경기지표 중 가장 후행하는 것이라고 볼 때 "고용이 완전히 살아난 것을 확인한 후 금리를 올린다면 인플레이션을 확인한 후 금리를 올리는 것과 같다(한 민간 연구소 선임 연구위원)"는 논리가 성립하는 셈이다. ◇'조기 인상 때 더블 딥이냐' '인플레이션에 따른 더블딥이냐"=김 총재는 인상 여건이 이처럼 한 단계 더 성숙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도 민간의 자생력 회복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그 중에서도 건설과 고용을 핵심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고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덥지 못하다는 얘기다. 건설의 경우 건설기성이 2월 전년 동월보다 2.4% 줄어들었지만 당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에 따른 저축은행의 대출축소 등으로 쉽게 살아나기 힘들다. 결국 김 총재의 발언대로라면 금리인상 시점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이날 "출구전략 시기를 정하는데 있어 위기를 극복했느냐는 물론이고 앞으로 더블딥 가능성은 없느냐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섣불리 올릴 경우 오히려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민간의 시각은 이와 상반된다. IMF는 "유동성 확대 조치가 여러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지만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의 버블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고 노무라 증권은 한술 더 떠 더블딥은 오히려 금리인상을 늦출 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했다. 같은 경기지표를 놓고 전혀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셈이다. 관심은 이제 이 같은 논쟁의 틀 속에서 언제까지 '금리 조기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냐로 쏠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 '점진적 금리 인상'을 얘기했다. 물론 0.25%포인트라도 올릴 경우 시장에 긴축 신호를 보이기 때문에 이 자체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하지만 회복의 속도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경우 예상 외로 선거 직후인 오는 7~8월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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