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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들 자금조달 '빨간불'

엔론사태영향 신용하락 어음 발행 차질 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엔론 사태 이후 기업들의 회계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어음(CP) 발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다 투자자들이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회사채를 대거 팔아치우면서 회사채 수익률도 급증하는 추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8일 미 경제가 호황기를 구가하면서 대형 기업들이 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했던 지난 90년대와 같은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주 경우 미국의 CP 발행규모는 1조4,060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던 2000년 11월의 1조6,240억달러보다 13.4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기관들의 CP 발행 역시 2000년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신문은 CP 시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CP 발행기업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하고 ▦CP 발행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 은행이 기업에 대한 크레딧 라인을 설정해 주어야 하는데 현재 이 두 요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최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파산은 최근 2년간의 경기 침체 속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우량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규제 완화와 기술의 급격한 변화, 복잡한 회계 관행 등으로 CP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있다.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 부채 비율이 높은 포드 자동차의 경우 이달 초 발행했던 회사채가 현재 미 국채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나 도이체텔레콤 등 부채가 많은 다른 기업들도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상황이 기술ㆍ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금융위험을 투자자들이 떠안지 않으려 하는 새로운 현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자금 사정 악화로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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