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연해주의 농장을 인수하며 농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의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의지는 투자 계획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올해 시설투자 금액은 총 1조4,3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24.7% 가량 줄었다. 글로벌 경기 불황을 감안, 불요불급한 투자는 가급적 자제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풍력과 태양광에만 2,800억원이 투자키로 한 것. 이는 올해 전체 투자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 초 전라북도와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 설립에 대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미래의 성장엔진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이 분야 육성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가장 먼저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 발전 부문.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7년 사업성 연구, 2004년 전담팀 구성, 2005년 울산 선암 20MW급 태양광 모듈 공장 설립 등의 작업을 통해 태양광 발전분야에 진출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충북 음성 소이공업단지 내 1만8,360㎡ 부지 위에 총 340억원을 투자, 핵심부품인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음성의 태양광 공장은 연간 60MW 태양전지와 70MW 태양광 모듈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제2공장이 완공되는 오는 10월이 되면 태양전지 330MW, 태양광 모듈 170MW 생산이 가능해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010년 음성공장에서만 약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발전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분야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KCC와 합작법인(KAM)을 설립하고 오는 2010년부터 연간 2,500톤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키로 했으며, 1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ㆍ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태양광 사업 전 분야에 진출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 된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시장인 유럽의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각각 3,000만달러, 4,000만달러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수주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풍력 발전기 제조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지난 2월 전라북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000㎡(약 4만평)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설립키로 한 것.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총 1,057억원을 투자해 오는 9월까지 이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600MW(주택 20만 가구 사용분) 규모로 생산해 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덴마크의 풍력발전 컨설팅 회사인 BTM은 풍력발전 시장 규모가 지난 2007년 말 310억달러에서 오는 2017년까지 8배인 2,5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오는 2013년까지 연간 800MW 규모로 생산능력을 키워 풍력발전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연해주 소재 하롤 제르노(Khorol Zerno) 영농법인의 지분 67.6%를 인수하면서 농업분야에도 진출했다.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은 연해주 하롤스끼 라이온(Khorolsky Rion) 지역에서 1만ha(약 3,000만평) 규모의 농장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간척한 서산농장과 같은 크기로 여의도 넓이의 33배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012년까지 추가로 4만ha의 농지를 확보, 영농규모를 5만ha(1억5,000만평)까지 넓힐 계획이다. 특히 이 농장은 전체 농지의 3분의1만 경작하는 친환경 윤작농법을 채택해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재배할 방침이며, 오는 2014년에는 연간 총 6만톤의 옥수수와 콩이 재배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한 관계자는 “비조선분야에서는 태양광, 풍력, 농업 등 그린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며 “그린산업을 집중 육성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