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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국가

최근 폭탄테러로 200명 내외의 관광객이 목숨을 잃은 인도네시아의 발리(Bali)섬은 수려한 경관과 함께 원숭이 춤 등 민속공연으로도 유명한 관광지다. 지금은 확실한 인도네시아 영토지만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다는 20세기 초까지도 네가라(Negara)라는 자치왕국이었다 한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도 각종 공연이 주요 관광자원이지만 왕이 다스리던 시절에도 쇼 비즈니스(show business)가 국가적 사업이었던 모양이다. 왕이나 그 밑의 신하들은 권력으로 나라를 다스린 것이 아니라 흥행주로서의 역할에 힘을 기울였다. 승려들은 연출가 그리고 농민들까지 보조역으로 동원되어 이벤트(event)를 엮어 냈다. 기어즈(C.Geertz)란 사람이 쓴 「네가라-19세기 발리의 극장국가」(1980년)라는 책에 소개 된 얘기다. 기어즈는 네가라 왕국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그 같은 국가형태에 극장국가(劇場國家; theatre st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요즘 우리사회에서는 각종 행사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우리끼리의 조촐한 행사가 아니라 온 지구촌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벌리는 거창한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 월드컵 축구와 아시안 게임이라는 큰 일을 치른 것만도 대단하다 싶은데 뒤를 이어 여수에 만국박람회,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의 관계기관이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다. 이밖에 각 시나 도 단위의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벌이는 각가지 박람회나 민속전 혹은 공연 등 국제행사를 흉내낸 이벤트들까지 포함하면 온 나라가 일년 내내 행사를 치르느라 쉴 날이 없지 않나 싶다. 행사가 많은 것을 언짢아 할 이유는 없다. 주최자는 업적을 많이 쌓아서 좋고 국민들도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 더욱이 월드컵과 같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는 것은 우리의 역량을 과시하고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과소평가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일과성 이벤트에 지나치게 힘을 기울이다가 자칫 이 나라가 극장국가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라도 듣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성순(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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