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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타이어 완제품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시바코리아. 이 회사 자금담당자인 한남경 과장은 100엔당 1,010원대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환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이달에 돌아오는 엔화 결제부담이 최소 6,000만원은 늘어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한달에 5억~6억원씩 돌아오는 대금을 그때그때 지급해왔다”며 “환율이 갑자기 변하면 수입원가는 바로 오르지만 1년에 2차례만 올리는 공급가는 당장 움직일 수 없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기계부품 수입업체 T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T사는 한달 전 2억3,000만엔에 부품 수입계약을 맺었다. 당시 환율은 100엔당 870원. 하지만 결제일을 앞두고 환율이 1,020원대로 오르면서 앉은 자리에서 3억4,000만원의 환차손을 보게 생겼다. 중소기업들이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초긴장 상태다. 대기업들은 환헤지를 통해 어느 정도 위험을 회피하고 있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을 예상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더욱이 이번주 초 급등한 환율이 내릴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마지막 기댈 곳’인 정부마저 환율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만 언급했을 뿐 상승기조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환율등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올해 계획했던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며 하릴없이 환율이 떨어지기만 기다릴 뿐이다. 안산 시화공단에서 기계회사를 경영하는 K사장은 “외환위기 때 환율급등으로 주변 업체들이 부도가 나는 어려움을 지켜봤지만 지난 7~8년간 낮게 유지돼온 환율 때문에 관리에 대해 딱히 고민하지도 않아왔다”며 “이번에 닥친 갑작스러운 환율변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증거금이나 보험비용 등을 이유로 급격한 환변동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환헤지를 거의 안하기 때문에 실태를 파악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16만곳의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은행이 1년에 처리하는 환헤지 건수는 2,000건이 채 안 된다. 지난 2006년 1,947건, 2007년 1,949건에 불과했다. 경기도 공단단지에 있는 한 기업은행 지점도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수백개에 달하지만 환헤지 계약을 맺은 곳은 단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 관계자들은 “무너진 댐이 또 무너진다”며 “중소기업 대표들의 환헤지에 대한 인식과 관심ㆍ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원ㆍ엔 환율은 17일 100엔당 1,002원59전을 기록, 1,000원선을 돌파한 후 20일 1,019원(오후4시 현재)을 기록했으며 원ㆍ달러 환율은 18일 달러당 1,021원70전을 찍은 후 20일에는 1,010원으로 ‘1,000원대 박스권’에 불안하게 머물러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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