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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재경부 경제총괄 수석부처 위상

경제 전반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수석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최근 각종 정책과 산하기관장 인사문제 등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내외의 견제와 제동이 잇따르면서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종합투자계획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기금활용에 반대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이후 잇단 문제 제기로 빛이 바래고 있으며 양도세 중과세 시행시기를 연기해 부동산거래의 숨통을 터보려던 계획은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될 상황이다. 게다가 재경부가 조세형평을 꾀하고 지방세수 조절을 위해 1년여동안의 준비끝에 내놓은 보유세 관련 세제도 당정협의 과정에서 적지않게 수정됐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질타를 받은 뒤 환율정책의 주도권을 한국은행에 내준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통합증권거래소 이사장 압축후보 3명이 잇따라 사퇴하는 사태가빚어지면서 이른바 `모피아'(재경부+마피아)의 산하 기관장 독식 우려가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전에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정책을 입안해 밀고 나가려는 재경부의 행태가 경제 수석부처로서의 위상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청와대, 정당, 다른 부처 등에 의해 부초처럼 흔들릴 경우대내외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켜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수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재경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킨 것은 이 부처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청와대, 정당, 다른 부처 등이 재경부의 이런 위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종합투자계획 흔들흔들 재경부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그대로 놔두면 내년에는 5%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생각을 하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고용감소와 소비저하를 야기하면서 투자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경부의 판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이에 따른 내년 하반기의 공백을 종합투자계획으로 채워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연기금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재경부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19일 이 부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 깨뜨린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고 "애초 취지에 맞지않게 국민연금 기금을 잘못 사용하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연기금 활용에 대해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김 장관은 또 지난 24일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재경부는 연기금 운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혀 재경부에 대한 공격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처음부터 연기금을 동원할 생각이 없고 동원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연기금이 이탈할 경우 마땅한 대체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 세제.외환정책에서도 주도권 상실 양도세 중과제도의 시행시기는 부동산시장의 주요 관심사항중 하나인데, 재경부. 청와대.정당 등의 엇갈린 의견으로 방향을 못잡은 채 흔들리고 있다. 양도세 중과제는 1가구3주택 보유자들의 경우 내년부터 보유기간 등과 상관없이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로 현행 소득세법상 내년 1월1월부터시행되도록 규정돼 있다. 재경부는 위축돼 있는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주고 종부세 도입에 따른 세부담을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이 제도의 연기를 검토했었다. 그러나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 23일 연세대 특강에서 시행연기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또 여야의원들이 이 부총리와 보조를 맞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라는 보도가 지난 28일 나오자 청와대는 다음날인 29일 부대변인을 통해 "내년 1월1일부터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확정적으로 발표했다. 이 부총리가 거의 한달동안 고민하고 말조심을 한 것에 비해 청와대가 일도양단식으로 입장을 전격적으로 발표한데 대해 일부 재경부 관계자들은 씁쓰레한 표정을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에 언제는 힘이 있었느냐"면서 더이상의 언급을자제했다. 종합부동산세제 등 보유세제 개편에 따른 거래세 변경 방안도 열린우리당과의협의과정에서 적지않게 바뀌었다. 재경부는 보유세제 개편에 따른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등록세율 인하는 종부세시행에 따른 세수상황을 감안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열린우리당에 의해 내년초로 당겨졌다. 또 재경부는 등록세율을 1%포인트 내릴 방침이었으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인하폭이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아울러 외환정책에서도 재경부는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주도권을 한국은행에내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한국은행이 보다 공격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저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시장흐름을 보다 중시하는 한국은행은 이런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를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환율도 관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환율정책이 한국은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조심스럽게 내비쳤다. ◆ 통합거래소이사장 파문으로 곤욕 재경부는 이번 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 선정과 관련한 인사파동으로 모피아에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통합거래소 이사장후보추천위가 지난 23일 내놓은 3명의 인사가 모두 재경부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청와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3명의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여론의 화살은 청와대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초 후보 6명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고 압축후보 3명도 마찬가지였다는점에서 재경부의 산하기관장 자리 독식에 대한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결국 이번 인사파동을 계기로 공기업 인사 등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도 어려워졌지만 재경부도 산하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자기조직 출신을 내려보내던그동안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의 위상저하를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우리는 지난해부터 부처출신 전.현직 공무원들이 자기 관련분야에서 낙하산 등으로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원칙을 견지하지 않았느냐"면서 "모피아의 낙하산 인사는 옳지 않고 이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같은 생각"이라 고 말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으나 나름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갈수록 재경부의 입지가 약해진다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데 더욱 어려움을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인사파동을 지켜본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파동은 청와대와 재경부가 파워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며 그동안의 정책결과정에서도 양기관의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재경부의 일방적인 정책주도는 경계해야하지만 경제 총괄부처를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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