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이미 무역분쟁으로 확대됐고 중국의 드센 입김은 한국 경제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우리 경제의 고유 리스크인 북한의 변화는 쓰나미급이다. 3대 세습체제를 공식화한 북한의 권력 변화는 경제외적인 이슈로 취급하기에는 직간접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수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이달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한반도 안보지수(KPSI)'는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한중, 북ㆍ미, 미ㆍ중 관계 역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수준을 밑돌았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격화되고 있는 G2(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최근에는 상호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G20 서울회의가 아시아와 비아시아권의 환율전쟁터가 될 것이란 우려로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북한 권력 세습 공식화… 경제 영향은=3대 권력 세습이란 희대의 이슈가 당장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주식시장도 외환시장도 북한 이슈에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신용평가사들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북한변수가 전혀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변수지만 북한변수는 한국 경제에 고유의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권력세습단계에서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정책 자체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북한문제가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바로 우리 옆에서 일어나는 사건인데도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힘든 게 북한"이라며 " 단순하게 김정일이 중국에 자주 가면 시장경제를 배워 좋다는 식의 상황판단보다는 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환율전쟁 불똥 한국으로=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무역보복의 불똥이 한국경제로도 옮겨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예 대놓고 한국과 대만을 미세조정을 통해 환율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ㆍ중의 환율전쟁에 숨죽이던 신흥국들까지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필요하면 헤알화 절상을 막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환율전쟁에 선전포고를 했다. G2의 전쟁이 이제는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2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는 과정에서 G20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구축됐던 국제 공조는 무너지고 각국의 냉엄한 생존논리만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환율은 항상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공조를 통해 환율절상을 막겠다고 나섰다간 자칫 미국과 유럽에 미운털이 박혀 환율조작국으로 찍힐 수 도 있다. 괜히 환율을 잘못 건드렸다간 낙인효과로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공격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일본과의 영토권 분쟁을 희토류 수입 중단이란 강력한 처방으로 강경 대응한 중국의 모습은 2000년 마늘파동으로 이미 경험했다. 2000년 당시 우리나라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던 비율은 10.7%. 그런데도 중국의 강력한 통상보복에 꼼짝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현재 중국 수출 비중은 25.2%(8월말 기준)에 달한다. 수입 비중도 16.5%나 된다. 수출ㆍ수입 비중 모두에서 중국이 1위다. 중국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에 더 취약해진 셈이다. ◇연간 5% 성장 가능할까=정부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15년까지 연간 성장률을 5%로 잡았다. 강력한 경제회복을 바탕으로 올해 예상성장률이 5.8%임을 감안한다면 높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변수는 대외변수. 이미 대외변수의 폭풍은 경제 전반에 걸림돌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ㆍ중국ㆍ일본의 경제전쟁으로 환율과 금리는 동시에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침체된 경기를 수출로 살리겠다면서 돈을 풀면서 이중 일부가 국내 증시 및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게 주된 이유다. 풀린 돈들은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가격은 연일 급등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 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환율이 하락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경우 외국자금이 한번에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와 부동산 등 국내 문제에 대외적으로 G2의 환율전쟁으로 환율 문제까지 겹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내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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