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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민족주의가 시청률 도구?

방송사, 역사드라마 띄우기용 다큐 방영<br>시청자 관심 겨냥 '감정적 민족주의' 자극


안방극장에 ‘감정주의적’ 민족주의가 넘쳐나고 있다. ‘연개소문’(SBS) ‘주몽’(MBC) 등 고구려 역사를 다룬 드라마를 넘어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다큐 프로그램에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난다. 방송이 민족주의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의 도구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방영한 SBS 다큐멘터리 ‘SBS스페셜-잃어버린 역사 연개소문’가 대표적인 예. 8일부터 방영할 드라마 ‘연개소문’을 띄우기 위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제껴 놓더라도, 확실한 역사적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영웅적 면모’를 지나치게 부추기며 오히려 역사적 이해를 방해했다. 제작진은 김부식의 ‘삼국사기’ 등에 ‘연개소문의 성격이 포악하다’고 기술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근거 없이 그를 미워하는 세력의 견제가 심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고구려 군의 안시성 패배도 ‘아마도 연개소문의 작전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기에 프로그램은 야사를 거론하며 연개소문이 당 태종 이세민을 포로로 잡았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연개소문의 죽음에 당나라에서 관여한 인물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설’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은 ‘인자하며 능력 있는 영웅=연개소문=우리 민족’의 등식을 만들어 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1 ‘HD역사스페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본승려의 정유재란 종군기-산도 들도 모두 불타고 있었다’ 편에서는 왜군이 칼로 양민을 죽이는 장면을 계속 보여주며 우리의 피해만을 집중 부각시켰다. 네티즌 김형규씨는 “마치 우리가 이렇게 당했으니 잊지 말고 복수하자는 느낌이었다”면서 “우리의 피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을 계속 부각하는 건 별로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대하드라마 경쟁에 나서면서 시청자를 선점하기 위한 ‘무리수’에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MBC ‘주몽’의 제작진은 고구려 건국 시기를 두고 ‘우리 시대 가장 아름다웠던 시대를 보여준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SBS ‘연개소문’의 작가 이환경씨도 제작 발표회에서 “이 작품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 측은 긴장해야 한다”며 역사에 대한 객관적 시각이 아닌 자극적 민족주의를 통한 눈길 끌기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한미 FTA, 독도 해류 조사, 동북공정 등 정작 눈 앞에 닥친 ‘민족적’ 현안에 대해선 제대로 된 시각이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방송이 흘러간 역사를 통한 ‘감정적 민족주의’만 부추기며 상업적 대리만족만을 이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학 평론가 강유정씨는 “현재 방송과 영화 등이 보여주고 있는 민족주의적 성향은 우리의 것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퇴행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존재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마치 사실인양 포장하면서 사람들의 대리 만족 효과를 이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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