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부도로 시작된 유럽의 재정위기가 6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수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많은 경제학자의 우려와는 달리 경제 회생에 성공하며 다시 시장에 뿌린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행하고 있다.
뒤늦게 긴축에서 통화 완화 정책으로 돌아선 유럽의 모습은 속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유로존 대부분의 국가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가 관광산업의 회생에 힘입어 기나긴 마이너스성장의 터널을 벗어난 것을 비롯해 아일랜드는 지난 20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등급이 '투자등급 Baa3'로 상향 조정되며 5년 국채금리가 영국보다 밑으로 내려갔다. 20년 국채금리도 2006년 이래 최저치인 3.25%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는 S&P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에 진입하려는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하는 동안 발 빠른 투자자들은 경제 회복의 도입 부분에 있는 유럽 국가들에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MSCI 아일랜드 인덱스는 꾸준히 상승하며 2009년 이후 최고치인 37.8포인트(1월20일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 유럽 재정위기 전 고점인 126포인트에 비하면 아직 3분의1 수준이지만 최근 1년 새 40% 이상 상승하며 경제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 상장돼 동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iShares MSCI Ireland Capped ETF(EIRL US)는 최근 3개월 주가가 약 23% 상승했다.
아일랜드 증권거래소엔 39개 종목만이 상장돼 유로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얼라이드 아이리시 은행의 시가총액은 약 109조원으로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 시총의 2배에 달한다. 22일 현재 주가는 0.15유로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 24유로로 거래된 것에 비하면 99% 이상 하락했으나 최근 6개월간 180% 이상 상승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영국의 실업률은 7.5%에서 7.1%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의 실업률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일랜드의 실업률은 12.3%로 2012년 1·4분기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고 그리스 역시 27.4%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0.4%포인트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구직자들의 실업 기간은 금융위기 전보다 약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른 감도 없지 않다.
유럽 증시는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로 변동성을 가져갈 수도 있겠으나 국가 전체 증시를 나타내는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가 좀 더 용이해 보인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남유럽의 침체는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으나 독일·영국 등 유럽 선진국의 회복은 유로존 지역에 긍정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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