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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몰려 5개월 美軍에 고초”
입력2004-01-14 00:00:00
수정
2004.01.14 00:00:00
이영섭 기자
이라크의 한 가장이 테러범으로 몰려 미군에게 끌려간 뒤 갖은 고초를 당하다 5개월 만에 풀려난 사연이 미국 일간지에 실려 미군의 무모한 저항세력 색출과정과 가혹 행위가 낱낱이 공개됐다.12일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8월 장남(17)과 함께 구속됐다가 혼자 석방된 압둘 후세인(52)씨의 행적을 추적, 보도했다. 그는 바그다드 시내 자신의 식료품 가게에 폭탄 제조용으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을 놓아둔 혐의로 체포됐다. 명절 때 쓰는 헬륨 풍선용이라는 그의 항변은 무시됐다.
미군이 그를 폭탄 제조범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악명 높았던 아부 가리브 교도소로 넘기면서 진짜 고난은 시작됐다. 그는 종종 미군 수사관의 지시에 따라 13시간 이상 섭씨 50도의 여름 땡볕 아래 서 있다 쓰러졌다. 수사관들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담뱃불로 팔을 지졌다고도 한다.
미군은 아부 교도소에서 손가락으로 수감자들의 얼굴을 찌르거나 때릴 듯이 위협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수사관들은 여권조차 없는 그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당신을 봤다”고 윽박지르고, “자백하지 않으면 알 카에다 포로들을 수감하는 쿠바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로 넘기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한번은 “군인들을 보내 당신 아내를 강간하겠다”는 미군의 말을 들은 그는 울면서 미군의 발을 부여잡았다고 한다.
미군은 용의자 체포시 가족에게 소재를 알려야 한다는 제네바협약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가장을 찾아 이곳 저곳을 수소문해야 했다.
압둘후세인 가족의 사연이 지난해 10월 언론에 알려지자 미군은 그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언론 보도 후 비교적 덜 위험한 용의자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옮겨진 그는 11월 가족과 상봉했고, 수용소에 장남을 남겨둔 채 지난 주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귀가하던 날 아내와 4살 쌍둥이들은 엉엉 울었고, 학교에서 공부하던 차남(14)은 아빠를 빨리 보고싶어 뛰어오다 신발마저 잃어버렸다.
이라크에는 압둘 후세인씨와 같은 민간인 9,500여명이 미군에 의해 구속돼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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