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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약육강식 생태계서의 생존법

뿔도마뱀, 상대방에 '피눈물' 뿌려<br>괭이갈매기는 '똥폭탄' 날려 방어


천적의 눈에 안 띄도록 주변과 비슷하도록 몸의 색과 모양을 바꾸는 것은 가장 많은 약자들이 쓰는 방법이다. 주변 환경이 아니라 힘센 동물과 비슷하게 꾸며 속이는 것도 있다. 연기력을 한껏 발휘해 죽은 척했다가 재빨리 달아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쓰는 방법 대신 독특하고 창의적인 전략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동물들도 있다. 예컨대 어떤 동물들은 스스로 자기 몸을 해치는 '자해(自害)'를 통해 자신을 방어한다. 도마뱀이 대표적인 예다. 도마뱀은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면 자신의 꼬리를 뚝 떼어낸다. 뱀이 떨어진 꼬리를 먹는 동안 도망갈 시간을 버는 것이다. 도마뱀의 꼬리에는 '자절면'이라 불리는 끊어지는 부위가 있다. 꼬리가 떨어진 자리에는 새 꼬리가 돋아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도마뱀의 일생 동안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지만 도마뱀도 꼬리를 떼어낼 때는 큰 값을 지불한다. 도마뱀의 친척인 뿔도마뱀(Phrynosoma)은 좀 더 황당하고 대범한 자해전략을 쓴다. 머리와 등에 뽀족한 뿔이 나 있어 뿔도마뱀이라고 부른다. 뿔도마뱀은 천적을 만나면 먼저 이 뿔을 흔들어 위협한다. 뾰족한 뿔이 달려있으니 먹으면 입안에 상처가 날 거라고 위협하는 것. 그래도 적이 물러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다. 뿔도마뱀은 '피눈물'을 상대방에게 뿌린다. 피눈물은 1m 가까이 날아가는데 대부분의 천적들은 이 황당한 장면에 놀라 달아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피눈물이 아니라 눈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피를 뿜는 것이다. 뿔도마뱀이 천적을 만나면 머리의 혈압이 높아지는데 이때 눈 근처의 실핏줄은 탱탱해져 터지는 것. 괭이갈매기는 '배설물'로 자신을 방어한다. 적을 발견한 괭이갈매기는 크게 울어 다른 갈매기들에게 침입을 알린다. 그러면 그 섬에 있는 괭이갈매기는 일제히 날아올라 적을 향해 '똥폭탄'을 날린다. 수백 개의 똥폭탄 세례를 맞은 육식조류는 제대로 날 수가 없다. 끈적거리는 똥이 날개를 뒤덮어 날개가 제 구실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적도 건드릴 수 없는 '조폭'에 가깝다. '자해'든 '더러운 무기'든 이 모든 방법은 동물들이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짜낸 결과다. 방법이야 어떻든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은 멋지다. 살아 남기 위한 안간힘이야말로 오랜 옛날 가장 약했던 인간을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만든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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