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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더운데 왜 탕(湯)을 먹지?
입력2004-06-03 18:08:30
수정
2004.06.03 18:08:30
냉해진 몸 기력회복에 도움
몸으로 느끼는 대기온도를 기준으로 하자면 한여름 무더위는 7~8월 삼복 더위가 절정이지만, 북반구에 비치는 태양의 길이는 6월에 먼저 절정을 지난다. 속담 중에 '오뉴월 무더위'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아마 이런 기준으로 해서가 아닌가 싶다.
단오절 즈음에 이미 연중 하루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가 찾아오는데, 이 때부터 하늘에서는 이미 해가 짧아져 가을로 접어들게 된다. 하늘이 먼저 달궈진 뒤 식기 시작해서야 땅은 한껏 달아올라 뒤늦게 한여름이 되는 셈이니, 동양의 음양이론에 비쳐보면 인간 세계의 안타까운 사랑 방정식과 다를 바 없다.
하늘(양=남성)은 먼저 달아오르고 땅(음=여성)은 뒤늦게 달아올라 사랑의 감정이 엇갈리는 '시간차' 현상이 말이다. 아무튼 이처럼 치열한 열정의 계절은 사람에게도 만만치 않은 시련을 안겨준다. 밤이 짧아져 취침시간이 줄어들고 반면 활동량은 늘어나며 신체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의 소비를 피할 수가 없다. 충분한 에너지와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지쳐 쓰러지기 십상이다.
이런 계절적 시련에 인간은 풍부한 여름 먹거리 가운데서도 가장 영양이 풍부한 식품들을 가려 여름 보양식으로 이용하는 지혜로 맞선다. 몸이 지칠 때는 입맛을 잃기 쉬우므로 입에 끌리는 맛까지 분명해야 여름 보양식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인들이 대대로 이용해온 여름 보양식의 대표는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을 들 수 있다. 삼계탕은 본래 계삼탕(鷄蔘湯)이었는데 조선시대만 해도 집집마다 기르던 개에 비해 훨씬 값진 약재였던 인삼이 들어간 것을 강조하다 보니 삼계탕이란 명칭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보신탕보다는 더 여유 있는 집안의 음식이었다.
보신탕의 본래 이름은 개장국이다. 개장국은 논어(論語)에도 등장할 만큼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데, 장내에서 소화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과 살찌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의 공급원으로, 병약한 사람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뒤에 충직한 개를 먹는 것이 금기시되면서 개고기 대신 소고기 등을 쓰게 되었으므로 '육개장'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철에 펄펄 끓는 탕을 먹는 것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원리를 따른 것이다. 햇볕을 받아 몸이 뜨거워질 때는 피부와 표리관계에 있는 몸 안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져서 기력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더 뜨거운 탕을 먹어 속을 덥게 하여 몸을 보하는 것이다.
무더위가 시작됐다. 자기 입맛이나 체질에 맞는 보양식을 찾아 건강과 활력을 지키는 것은 이 시기에 필요한 지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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