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이 입법예고되면서 증권업계의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요건이나 업무범위가 확대되는 등 규제완화 측면에서는 업계 전반에 긍정적이지만 증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7일 증권사들의 주가는 극히 일부 소형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1.88%), 우리투자(-2.40%), 미래에셋(-1.58%), 대우증권(-1.63%) 등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동양종금(-4.76%), 유진투자(-2.48%), 교보증권(-3.38%), 대신증권(-2.31%) 등 중소형사들도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수익창출 기반 늘어=이번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금융투자업 겸영업무 확대 ▦영업용 순자본비율 규제 완화 ▦공모펀드 성과보수 허용 ▦위탁대상업무범위확대 등은 증권사들의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허대훈 NH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한도가 낮아지고 영업용 순자본비율 기준이 낮아져 증권사들이 보유 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데다 증권인수와 인수합병(M&A) 중개 때 신용공여나 지급보증이 허용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을 겸영할 수 있는 점도 수익창출 기반이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업계 구조 개편과 중소형사의 M&A 등의 이슈가 이어진다는 점도 호재로 꼽혔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통법 시행령은 증권사별 차별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이 많다”며 “대형 증권사와 자통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은행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영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를,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을,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을 업종 톱픽으로 꼽으며 증권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경쟁심화로 수익성 악화 불가피=하지만 규제완화가 증권사의 성장과 이익개선에 반영되는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브로커리지에서 수익의 50% 이상을 올리는 상황에서 신규 증권사 진출이 잇따르면 잃을 것만 있고 얻을 것은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통법 시행에 따른 증권사의 대형화가 유도되기는커녕 자본규제 완화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M&A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B증권의 한 관계자는 “약 20여개의 신규 증권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이자수익, 자산관리 영업, 수익증권 판매 등 기존 증권사들의 모든 영업 분야에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1~2년간은 각 증권사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의 한 관계자도 “현재 개정안에 따르면 증권사 입장에서도 당장 대형화를 추진할 이유도 없어 수익성 변동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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