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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재계 오너 일가의 2~3세 여성 경영인들이 연초부터 의욕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연말 그룹 인사 등을 통해 경영 일선에 대거 전진 배치된 이들 재벌가 딸들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수완을 펼쳐 보이며 느슨하게 보이던 경영 승계 움직임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물론 회사에도 섬세한 리더십으로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는 이는 바로 제일모직의 이서현(37) 전무. 이 전무는 판매 현장에서 경영의 답을 구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의 매장은 주 1회, 지방 매장은 한 달에 2~3번 가량 방문하는데 올들어서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가 지난해 말 제일기획 전무 자리도 꿰차면서 시간을 더욱 쪼개야 하는 형편이지만, 현장 방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 전무는 이슈가 되는 매장의 경우 집중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 전무가 최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입점한 빈폴 매장을 들러 이런 저런 지시를 하는 모습을 봤다"며 "다자인 등 창조적인 업무에 일가견이 있는 만큼 디스플레이 등 소소한 것들까지 직접 챙기려는 심산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재계에서는 이 전무가 패션 부문에서 경영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자신감 있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로서 최근 조선호텔 상무에서 승진한 정유경(38) 신세계 부사장도 경영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호텔, 신세계 인터내셔널, 백화점 등에 두루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술 전공을 살려 주로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측면에서 카운셀러 역할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이 지난해 3월 개장한 신세계 센텀시티점 매장 디자인과 본관 인테리어 작업 등에 깊숙이 관여해 왔음을 떠올리면 머리가 끄덕여 지는 대목이다. 애경산업의 채은정(47) 부사장은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동딸이자 안용찬 그룹 부회장의 부인인 채 부사장은 신규 브랜드 개발과 기존 홈쇼핑 채널 외 유통 판매망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생활용품 기업인 피죤의 이주연(46) 부회장도 여성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피죤 창업주 이윤재 회장 장녀. 이 회장의 아들(이정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과 교수)이 학계에 몸담으면서 피죤을 이끌고 있다. 서강대 영문과와 뉴욕 퀸스칼리지대학원 회화과를 거친 이 부회장은 지난 1996년 디자인 팀장으로 피죤에 합류, 10년 넘게 마케팅ㆍ인사ㆍ총무 등 다양한 부문을 섭렵한 후 2007년 부사장, 2008년 부회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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