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외국계법인 법정다툼

‘탈세인가, 아니면 적법 절차인가.’ 스타타워 등 수천억원대 서울시내 대형 빌딩 매입에 따른 취득세 부과를 놓고 벌이던 외국계 투자법인들과 서울시의 다툼이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대형 빌딩 매입 후 취득세를 내지 않았다가 서울시로부터 거액의 세금이 부과된 싱가포르투자청 등 외국계 법인이 6일 당국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설립한 법인 ‘리코시아’는 “자회사 두곳이 스타타워 건물을 취득했는데 원고를 취득자로 보고 취득세 등 169억9,900만여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시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독일계 법인 ‘TMW 아시아 프로퍼티 펀드 원’도 “자회사가 서울시티타워를 취득했는데 원고에 취득세 23억여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외국계, 적법절차 따라 세금 안 냈다=이들 외국계 법인은 매입 빌딩의 과점주주(51% 이상 지분 취득자)가 아니기 때문에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법상 원칙적으로 주식 인수의 경우 부동산 현물 매입과 달리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주식 인수 방식일 경우에도 51% 이상 지분을 가진 ‘과점주주’이면 취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외국계 기업은 부동산 매입시 교묘히 과점주주 지위를 회피함으로써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투자청은 리코시아라는 법인을 세운 다음 또다시 리코시아의 자회사 ‘리코강남’과 ‘리코KBD’ 등 2개사를 통해 스타타워를 매입했다. 이들 자회사의 스타타워 매입 지분은 각각 50.1%와 49.99%로 모두 과점주주 지위를 회피했다. 독일계 법인 TMW도 같은 방식으로 취득세를 내지않았다. ◇서울시, 실질적 과점주주로 과세대상=하지만 서울시는 외국계 법인이 자회사들을 내세워 형식상 과점주주를 회피한 것일 뿐 실질적 취득자로 규정하고 취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강남구청은 세무조사 결과 사실상 싱가포르투자청이 리코시아와 2개 자회사로 연결된 기업 지배관계를 이용해 건물을 취득했으며 지분을 각각 50.01%, 49.99%로 배분해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피했지만 리코시아가 실질 취득자라며 취득세를 부과했다. 독일계 법인 TMW 측은 자회사 ‘TMW 리얼에스테이트’와 ‘TMW 프로퍼티’를 통해 지난 2003년 9월 서울 중구 소재 서울시티타워 주식을 매수하는 형태로 이 빌딩을 사들였으며 자회사의 주식 매수 비율은 각각 50%였다. 서울시 중구청은 이에 대해 “TMW가 실질적인 100% 과점주주”라며 지난해 세금을 부과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이 같은 방식으로 취득세 등을 탈루한 13개 외국계 법인을 적발하고 총 363억원 탈루세액을 추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