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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품 줄이기(IMF시대 생활속의 구조조정)

◎중학생 “국산품 사용” 10%뿐/최근 3년 호화사치품 수입 49억불 넘어/자신도 모르는 외제병… 「각성운동」 시급지난 13일 아침 서울 여의도 모중학교 교무실. 장모(35)교사는 조회전에 교무실을 찾아온 반장인 유모군을 불러세웠다. 학교방침에 따라 토요일은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있는 유군의 반코트 상표가 유난히 눈에 띠었던 것. 유군의 복장은 온통 외제 일색. 안경은 이태리제인 「조지 알마니」, 책가방은 미국산 「이스트 팩」, 모직 반코트는 프랑스의 「피에르가르뎅」, 청바지는 미국산 「캘빈 클라인」, 조끼는 이태리 「아우다체」, 신발은 나이키였다. 도대체 국산제품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유군은 여의도에서는 크지 않은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 「정말 이 정도인가」. 깜짝 놀란 장교사는 곧바로 교실로 올라갔다. 「국산 가방인 사람은 손들어 보라」는 그의 말에 손 든 학생은 불과 5명. 미국산 「이스트 팩」 가방 소유자는 34명. 신발도 국산을 신고 다니는 학생 역시 7명으로 50명 학생 가운데 국산품 애용자는 단 10%였다. 학생들은 국산 가방과 신발을 신고 있는 급우를 향해 박수를 치면서 자신들도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학생들이 꺼내놓은 필기기구에는 대부분 뜻모를 일본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3백21개 가운데 외제가 58%인 1백85개. 국산보다 10배 이상 비싼 2천원∼3천원씩 하는 일제와 미제가 주종을 이뤘다. 시계를 차고 있는 학생 25명 가운데 68%인 17명이 외제 시계를 차고 있었다. 장교사는 『우리가 오늘 IMF구제금융을 받아야할 처지가 된게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동안 한마디로 가슴이 꽉 메워오는 답답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가정내 가구·의류·생활용품 그리고 식생활 등에서의 외제품 점유율은 이미 지난 94년에 50%를 넘어섰고 현재는 약 62.4%나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부유층에서의 외제품 사용율은 먹는 것, 입는 것, 사용하는 것 등에서의 80∼90% 선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국민의 외제병은 관세청이 95년부터 지난10월까지 최근 3년간 호화사치품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들이 이 기간에 술(5억8천만 달러)·담배(8억8천만 달러)·화장품(7억7천만 달러)·신발(7억3천만 달러)·모피의류·골프용품 등 10개 호화사치품 수입에 들인 돈은 무려 49억2천만달러. 소보원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구조조정 등의 경제회생 대책을 마련하기 이전에 국민들의 생활속의 거품, 특히 외제를 아무 꺼리낌없이 사용하는 생활자세를 1백80도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국민 개개인이 국산품을 애용하는 생활과 인식의 혁명이 곧 수치스런 IMF 시대를 끝내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신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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