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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 공격/국제질서 재개편 움직임] 세계각국 `美에 출서기` 나서나
입력2003-03-23 00:00:00
수정
2003.03.23 00:00:00
신경립 기자
`독불장군` 미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줄서기`가 시작되는가.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 미국이 반미 여론에 밀려 구심력을 상실하고 세계무대에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당초 전망을 뒤엎고 전후 새롭게 형성될 국제질서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등을 돌렸던 터키ㆍ캐나다 등이 지난주 말 사이 `미국 지지`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의 변화를 상징한다.
터키는 미군의 영공 통과를 승인한 데 이어 당초의 파병 반대의사를 뒤집어 지난 21일 이라크 북부로 터키군을 급파했으며 전쟁에 반대한다던 캐나다는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우려해 "미국의 선제공격은 정당했다"며 대미 지지를 천명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대표적인 `반전국`들이 포함된 유럽연합(EU)도 21일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사를 표명했다.
미영 연합군이 머지않아 전쟁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적으로는 전후 이라크를 둘러싼 경제적 실익의 `나눠먹기`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미리 수저를 갖다놓아야 한다고 판단을 내린 셈이다.
또 전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이라는 예측 아래 미리 미국의 비위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전후 반미 여론을 잠재우고 세계의 주도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이는 사실상 기존 국제질서를 승계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전이 국제사회의 정치ㆍ경제적 역학관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적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국제무역의 공조관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 이번 전쟁은 지난 걸프전과 달리 우방국들간 균열을 크게 벌려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오랜 우방이던 프랑스ㆍ독일이 미국에 대한 반대 여론의 선봉에 나섰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오던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긴밀한 경제적 협조체제를 구축해온 EU가 `친미-반미`로 상호 대립되면서 지리멸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 각국의 외교적 분열은 전후 이들의 경제관계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경우 미국이 강조해온 자유경제 체제는 몇 발자국 후퇴하고 세계경제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외교적으로는 이번 전쟁이 `예방적 선제 공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씨를 뿌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한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새로 규정지었다며 미국의 세계전략의 기본 틀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담당보좌관을 역임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이번 선례가 앞으로 인도- 파키스탄 등 다른 지역의 분쟁해결 도구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와 관련, UN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세계 평화유지에 상당한 역할을 자처해온 국제기구의 힘이 크게 약화된 점도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에 가져온 중대한 변화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좀더 `말 잘 듣는` 새로운 국제동맹체 형성을 원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2차 대전 이후 50년간 유지돼온 국제사회 질서는 이라크전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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