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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발병·확산땐 경제손실 8兆
입력2006-03-19 17:02:58
수정
2006.03.19 17:02:58
확산 속도 빨라 유럽이어 美·동북아까지 넘봐<br>世銀 세계경제손실 추정액 年8,000억불 달해<br>국제공조에 적극 참여 사전 대응방안 마련해야
사스(SARS)의 공포가 조류독감(AI : Avian Influenza)의 위협으로 재연되고 있다. 최초 발발지인 중국, 동남아시아를 점령한 이 ‘재앙의 씨앗’은 이제 유럽을 넘보고 미국, 동북아시아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요 바이러스인 H5N1형이 아직 조류 사이에서만 전파되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인간끼리의 감염을 야기할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AI 전문가들조차 TV 방송에 나와 “인간전염 AI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절반은 된다”며 “나는 이미 집에 3개월치 분량의 비상식량을 준비해 놓았다”(미국의 로버트 웹스터 박사, ABC 방송에서)고 말할 정도다. 확률의 주사위가 최악의 50%로 굴러가지 말란 법은 없다.
◇전 세계 빠른 속도로 감염 확산 =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AI가 사람에게로 감염된 국가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터키, 이라크 등 7개국에 달한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도 인간감염 여부가 의심되고 있다. 또 인도는 인간감염 사례가 추가로 계속 보고되고 있다.
유럽은 AI의 엄청난 확산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덴마크와 크로아티아에서 갈매기 등 야생조류에서 H5NI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스위스에서도 야생오리가 AI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됐다. 이밖에도 이스라엘 남부에서 수백마리의 가금류가 숨진채 발견, AI의 발발 사례로 의심을 받고 있다.
두려움에 떨기는 미국도 마찬가지.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의 처토프 장관은 “철새 이동으로 인해 수개월내 AI가 미국에 상륙할 것”이란 경고를 했다.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란 시간이 몇 개월 수준으로 단축된 셈이다. 이미 국제수역기구(OIE)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까지 전부 AI의 감염 위험국가로 분류해 놓았다.
◇발병시 전세계 연간 8,000억달러 손실 = AI의 확산은 당장 국가간 농축산물 교역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지난 1월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칠면조가 H5N1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직후, 일본, 홍콩 등이 즉시 프랑스산 가금류 수입을 중단한게 대표적인 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약과에 속한다. 우려대로 AI의 인간간 전염이 발생, 확산될 경우의 파급효과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AI의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경고해 온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인간 사이의 전염병으로 발전할 경우 아시아에서만 300만명이 사망하고 약 3,000억달러(314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뿐만 아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AI가 지난 2003년 사스(SARS)와 같은 수준으로 발병할 경우 분기당 2,000억달러, 연간 8,000억달러의 세계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보건후생부는 AI가 미국에 상륙, 인간 전염바이러스로 창궐할 경우 미국내에서만 190여만명이 사망하고 대처비용은 4,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말 LG경제연구원은 '조류독감 확산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AI가 발생해 만연할 경우 약 8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3년 사스 피해액이 약 300여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배민근 연구원은 “ADB에서는 우리나라가 AI로 소비 및 수출활동이 1년간 급감하고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해 생산활동이 2주정도만 중단되면 경제성장률이 6.3%포인트나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GDP 잠재성장률이 5% 안팎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도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공조 및 사전대응 방안 마련 필수 = 이처럼 발병 즉시 재앙이 될 AI 이다보니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도 치열하다. 미국 정부는 이미 AI 사태에 대처하고자 내년 회계연도에 전년도보다 2.3배 증액한 5,530만 달러(540억원 상당)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가운데 3,050여만달러가 AI 감염 테스트, 백신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해 예산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과거 발병 전력이 있는 북한이나 AI의 진원지인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더욱 높다. 국제보건기구도 상대적으로 보건 체계가 낙후된 북한을 대규모 발병확산 가능성 국가로 분류한 상황. 전문가들은 “발병 국가의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기구 주도의 국제적 공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방역ㆍ 보건 당국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도 조류 인플루엔자의 진행 정도에 따른 사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미리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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