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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만한 산업은행 개편론

산업은행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부정적으로 비쳐진 예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 정부들어 터진 여러 건의 게이트 사건에서 산업은행은 단골 출연자였다. 그러다가 스스로 게이트의 주역이 돼버린 것이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이 주요한 정치사건으로 비화함에 따라 감사원은 14일부터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이번 감사의 초점은 현대상선 대출금 4,000억원의 용도가 과연 무엇이었느냐에 쏠려있다. 대출금의 용도가 의심을 받는 이유는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은행 신용위원회 심의도 없이, 주거래 은행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이 이뤄진 것이나 현대상선의 차입신청서에 대표이사의 서명도 없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요즘 뉴스를 보면 산업은행이 신용금고만도 못한 것 같다"는 의견 그대로다. 산업은행은 100% 정부출자 은행이다. 1954년 6.25전쟁의 폐허에서 국토재건을 목표로 설립됐다. 설립 후 70년대까지의 개발연대에는 국토재건과 수출산업지원의 선봉에 섰다. 80년대에는 중화학투자, 90년대엔 해외투자, IMF시절에는 기업구조조정에 앞장섰다. 이처럼 산업은행은 시대에 따라 국가정책에 맞추어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름의 공을 세웠다. 현 정부들어 산업은행이 각종 스캔들에 연루된 것도 벤처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과제를 수행하는데 산업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정책금융에서 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진 것도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드러난 게이트에 예외 없이 산업은행이 연루된 것은 대출관행에 큰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현대상선 대출에서만도 민간상업은행에선 상상하기 힘든 허점이 드러났다. 추락한 벤처산업의 현주소를 볼 때 산업은행의 이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제대로 된 것이었나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산업은행의 업무 중 상업금융 비중이 60~7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이 분야에서 시중은행과 경쟁이 되는지를 재검토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의 역할만 수행하고 상업금융 부문은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 할 단계가 아닌가 한다. 산업은행의 비효율은 관료적 운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총재자리는 정부 관료들의 지정석이다. 개혁은 인사와 예산의 독립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가 산은의 개혁을 위해서도 유익한 점검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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