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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지에 불이 꺼지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구조조정의 거센 바람이 이곳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급두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 오랜 기간동안 축적해 온 기반기술과 기밀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본지 12일자 1면 보도대덕 연구단지에서 근무하는 연구인력은 지난해 초만하더라도 석·박사급이 8,382명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1년 사이에 7,914명으로 줄었다. 20명당 한명꼴인 468명이 연구현장을 떠났다. 자의로 그만 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 구조조정으로 인원이 감축되거나, 아예 연구소가 폐쇄된 데 따른 것이다. 대덕 연구단지를 뻐져나간 연구원들은 대학이나 외국계회사로 옮겨 가거나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벤처기업을 설립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아직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떠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고급지식이 그대로 사장(死藏)되는 것도 국가적인 손해다. 특히 주의해야 할 대목은 국가나 기업의 기밀이 그대로 경쟁국이나, 외국 경쟁회사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광통신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경력을 쌓은 박사급 인력들이 세계적인 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사(社)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가 이들 연구원을 스카웃한 것은 한국의 광통신 기술수준을 가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경쟁국이나 경쟁회사가 우리의 기술력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을 때 그 싸움은 도저히 이길 수없다. 연구소 폐쇄의 경우는 한층 심각하다. 막대한 투자비와 시간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개발해 놓은 각종 기반기술과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들어간 투자비나 시간보다 몇배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덕단지의 불빛이 이대로 꺼지게 놔 둬서는 안된다.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할 때에 거꾸로 가는 것은 글로벌 시대, 경쟁에서의 낙후를 뜻한다. 21세기는 정보혁명의 시대다. 시간을 초 단위로 쪼게 쓰는 요즘같은 때, 단 하루라 할지라도 경쟁력에서 그만큼 차이가 난다. 대덕단지에 다시 불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대덕단지에 다시 불빛이 켜질때 한국의 미래도 그만큼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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