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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대기하며 새해 맞아요"
입력2004-12-31 17:11:44
수정
2004.12.31 17:11:44
주요부처 공무원 거듭된 국회파행에 속앓이 <BR>기획예산처, 예산안 통과 안돼 전전긍긍<BR>외교·통일부 "자이툰부대 어떻게…"긴장
“가뭄에 하늘만 쳐다보는 농부 심정과 다를 게 없죠.”
12월 내내 파행을 거듭해온 국회 의사일정이 2004년 마지막날까지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으면서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세밑 여유도 잊은 채 국회 또는 부처 사무실에서 비상대기하며 새해를 맞았다.
국회파행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기획예산처. 기획예산처는 김병일 장관과 주요 관계자들이 전날 국회에서 밤샘대기를 한 데 이어 31일 종무식도 치르지 못한 채 여야의 동향을 챙기느라 부산했다.
기획예산처는 여야가 갈등 끝에 지난 30일 밤 예산결산위원회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194조7,833억원으로 합의하고 연내 처리하기로 발표하자 일순 숨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순조로운 통과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했다.
서울 반포동 청사에 남아 있던 예산처 직원들도 만에 하나 국회의 예산안 통과가 무산될 것에 대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년도 예산안에 맞춰 준예산 편성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12월31일에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는 파행이 올해로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며 국회의원들에 대한 원망을 내비쳤다.
자칫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가 짐을 꾸려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자 외교통상부ㆍ통일부ㆍ미국대사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30일 국회에서 밤을 샜으며 외교통상부도 기획관리실장이 비상대기했다. 미대사관도 관계자들이 31일 국회 사무처에 계속 전화를 걸어 파병동의안 처리와 관련, 변화된 상황을 점검하며 마음을 졸였다.
공무원노조법안 통과를 앞둔 노동부도 김대환 장관과 담당 국장이 30일 국회에서 밤을 지새운 뒤 31일도 내내 국회에서 비상대기해야 했다. 현역 국회의원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도 언제 본회의가 열릴지 몰라 국회 주변에서 이틀 내내 대기해야만 했다.
31일 오전2시께는 여당이 오전3시께 법안 처리를 위해 실력행사를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각 부처 장관과 공무원들이 일순 긴장하기도 했지만 끝내 소문으로 그쳤다. 밤을 꼬박 새 까칠한 얼굴의 한 정부 중앙부처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때 담당 장관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법안통과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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