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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 역사적 상처 냉정한 통찰
입력2001-10-12 00:00:00
수정
2001.10.12 00:00:00
문성진 기자
■ 노밸문학상 네이폴 작품세계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생 영국 작가 비디아다르 수라즈프라사드 네이폴(V.S.Naipaul)은 20여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였다.
네이폴은 인도계 이민의 후예로 서인도 제도에서 성장했으며, 영문학의 영향 아래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는 '세계 속의 길' 등 제국주의의 상처에 시달리는 포스트식민주의적인 작품을 다수 발표했다.
특히 다문화적 작품 세계가 스웨덴 한림원의 입맛에 맞아 해마다 노벨상의 물망에 올랐던 인물.
1932년 중미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태어난 네이폴의 선조1880년대 영국으로 이민한 인도인들이었다. 네이폴은 성인이 된 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 유학을 갔다가 이후 런던에 정착했다.
그가 처음 조상의 나라 인도를 방문했을 때 그는 이미 4권의 소설을 펴낸 30세의 소설가었다. '인도- 상처받는 문명화'는 네이폴이 지난 1988년 세번째로 인도를 방문했을 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그 여행담을 책으로 펴냈는데, 1962년의 첫 방문 때는 '어둠의 영역', 1975~76년의 두 번째 방문 때는 '인도- 놀라운 문명'을 썼다.
그러나 자신의 세번째 인도 여행기를 담은 책에서는 달랐다. 그는 이 때 여행을 "혼돈에 가득찬 여행"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정부관리와 성직자, 폭력단 두목들, 그리고 종교적 극단주의자들과 폭력 경찰들이 판치는 인도는 그의 눈에 더 이상 옛날처럼 선량하고 안정된 나라가 아니었다.
바로 여기서 그의 제3세계에 대한 냉정하고도 예리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네이폴은 인도를 비롯한 제3세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예컨대 그가 인도의 힌두교 근본주의자가 자신의 높은 지위와 수입에도 불구하고 더럽고 인구밀도도 높은 봄베이의 공동주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공동체적 가치를 자신의 작품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등이다.
한림원에서 그의 대표작으로 추천한 '귀향의 수수께기'는 자전적인 작품이다. 이미 식민주의가 퇴색한 여러 나라들을 방문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기쁨을 담고 있으며, 아버지를 모델로 한 '미스위스씨를 위한 집'에서는 오직 자신만의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여러가지 사연들을 제국주의 문명과 식민주의 역사적 상처에 담아 표출해내고 있다.
결국 그는 자전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포스트식민주의 이후 제3세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문화적 혼돈과 변화를 미묘하면서도 마술적인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림원도 "그의 작품에서는 식민주의 종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네이폴의 문학세계는 제3세계의 문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서구 지배적인 세계에 중심 세계와 주변 세계가 공존 가능한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네이폴의 작품은 국내에 지난 1995년 '흉내내는 사람들'이 번역 출간됐고, 이듬해에 장편소설 '세계 속의 길'과 '자유국가에서'가 소개된 바 있다.
'세계 속의 길'은 서인도제도에서 태어난 문학청년이 옥스퍼드라는 너른 세계로 진출해 마침내 뛰어난 작가로서 우뚝 서기까지를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은 작가의 성장기에 더해 카리브해 고유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성장기의 사회상을 감성적인 필치로 세밀히 표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이 작품은 한 개인이 자신을 형성시킨 바깥 세계와 맺는 관계에 대한 사유와 통찰의 결과물로서 보편적인 의미를 지닌다.
'자유국가에서'는 세 편의 중단편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작품집. 이 책은 여행 또는 방랑을 소재로 한 자아의 정체성 추구라는 주제로 요악된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 네이폴은 누구인가
V.S. 네이폴은 1932년 서인도제도의 프리니다드 섬에서 태어났다. 당시 그곳은 영국의 통치하에 있었으며, 네이폴의 조부는 영국의 또 다른 식민지였던 인도로부터 이주해온 브라만 계급 출신이었다. 소설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네이폴은 18세 때인 1950년 옥스퍼드 대학의 장학생으로 영국에 가게 되었는데, 이후 그는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지내고 있다.
유색인으로서 백인사회로 옮겨와 정착해야 했던 개인적인 체험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방황하는 고독한 이방인이라는 주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네이폴의 작품들은 서로 다른 인종과 국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뿌리는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고통받고 방황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V.S. 네이폴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과 '데이비드 코엔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조용하게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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