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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사업 엉뚱한 피해속출
입력2001-01-03 00:00:00
수정
2001.01.03 00:00:00
자판기사업 엉뚱한 피해속출
어디서나 간편하게 원하는 물품을 공급해주는 자동판매기 사업이 발달하면서 최근 자판기 운영에 손을 대려는 점포 업주들이 자판기 판매사원에게 판매를 임대로 속아 계약금만 날리는 등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게다가 자판기업은 운영자가 사업자로 분류돼 일단 계약을 하고 나면 계약 철회기간도 없고 계약 해지시는 판매대금의 30% 가량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양모(34ㆍ여ㆍ대전시 중구)씨는 영업용 인형자판기를 매일 5,000원의 임대료로 운영할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양씨가 계약을 확인한 후 알아보니 임대가 아닌 할부로 적혀 있었다.
결국 양씨는 계약을 하면 판매대금 360만원의 30%인 110여만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돼 울며 겨자먹기로 자판기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치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6ㆍ서울시 도봉구)씨도 260여만원하는 솜사탕 자판기를 일단 구입하고 3개월 운영하다 장사가 안되면 다시 회수하겠다는 판매원의 말을 듣고 계약금으로 18만원을 지불했다가 낭패를 봤다.
김씨는 "일단 가계약하고 이튿날 아무래도 장사가 안될 것 같아 계약취소를 하려고 했지만 다음날 들르겠다는 판매원들은 오지 않고 회사로 전화해도 모른다는 소리만 해 결국 계약금만 날린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커피자판기 사업에 손을 댄 장모(40ㆍ서울 광진구)씨는 운전기사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수입이 쏠쏠하다는 판매사원의 말을 듣고 자판기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다. 막상 자판기를 구입해 설치하려고 가봤더니 그곳은 인적이 드문 화물트럭 차고지였다.
이 같은 피해사례 이외에도 자판기 판매는 대부분 할부금융회사를 통한 대출에 의해 판매되고 있어 영업사원들은 보험 가입 등에 필요하다고 속여 인감, 주민등록증 등의 서류를 넘겨 받아 대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자판기 운영관련 피해사례는 지난 하반기에만 모두 162건이상이 접수됐으며 최근 자판기 기종이 기존의 음료나 담배등에서 음악CD, 책 그리고 PC로 결제하는 자판기 등 기종과 보급대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피해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피해사례는 임대와 판매를 확실하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거나 정확한 시장조사 없이 '돈 된다'는 식의 판매원들 말만 믿은 채 약관을 정확히 읽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자판기 운영자는 엄격히 사업자로 분류돼 방문판매법 등에 따라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임춘심 상담부장은 "몇잔 이상 혹은 몇 개 이상만 팔면 바로 본전이 떨어진다는 자판기 판매원들의 감언이설에 유혹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단 소비자가 계약하기 전에 시장조사와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는게 중요하지만 현재 위약금이 30%로 과다하게 책정돼 이를 낮춰주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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