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이 아니라 친구 입장에서 지금 투자를 권유할 수 있나요.” “대표님의 빛나는 머리스타일이 ‘짱’이에요.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20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에서 열린 풀무원 주주총회는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주총 형식은 물론 주주들의 질문도 획일적인 기존 주총과 크게 달랐다. 모든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메모지가 나눠졌고 형식도 일대일 토크쇼처럼 진행됐다. 질문 자체도 주가와 실적 관리방안은 물론 헤어스타일과 건강관리 비법 등 다양했다. 사장은 직접 주주들 사이를 돌며 주스를 나눠주고 점심 때는 임원들과 함께 서빙도 했다. 또 식사 후에는 시각장애인 전문 공연단인 ‘한빛 예술단’의 초청공연이 펼쳐지며 주총 분위기를 달궜다. 풀무원(대표 남승우)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을 벤치마킹해 올해부터 새롭게 기획한 ‘열린 주주총회’이다. 이날 주총에는 주주, 소비자, 대학생 명예주주 등 3백여명이 참석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매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여는 주총으로 ‘오마하의 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세계에서 수만명이 몰려와 지역 주민과 주주ㆍ관광객들이 다 함께 즐긴다. 송재열 풀무원 전략기획팀 팀장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과 같이 의미 있으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주총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의 호응도 좋았다. 대학생 명예주주로 참석한 이민지(서울대 경영)씨는 “웃음과 박수, 그리고 음악이 있는 주총이라 신선했다”며 “욕설과 몸싸움이 많았던 국내 기업 주총도 크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주라고 밝힌 박대선 한뫼컨설팅 이사는 “사장이 직접 모든 질문에 상세히 설명하는 게 보기 좋았다”며 “3시간이나 진행된 주총이 오히려 짧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풀무원의 기업 가치는 주주 여러분의 미래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주총에서 다른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남승우 사장은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또 국내산 콩으로 풀무원 두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오자 남 사장은 “정기적ㆍ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장기계약을 맺어 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민감한 주제가 오가기도 했다. 풀무원 측은 이날 답변하지 못한 질문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히 답해주기로 했다. 남 사장은 “투명한 경영으로 축제와 같은 주총이 가능했다”며 “앞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한국 주총 문화를 변혁시키는 시금석이 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