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자체에도 업계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기업 인수합병(M&A)건이 연말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오는 11월 초에는 우리금융지주가 매각공고를 통해 새 주인 찾기를 공식화한다. 외환은행 매각 성사 여부도 11월 중 결정된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싼 하나금융지주의 수싸움과 외환은행 지분을 팔려는 론스타와 매입하려는 호주계 은행 ANZ 간 양보 없는 가격협상 등은 결과도 결과지만 진행과정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핫이슈 우리금융 M&A 가속도 낸다=금융권의 대형 매물로 손꼽히는 우리금융지주 매각작업에도 한층 가속이 붙고 있다. 매각 대상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56.97%인데 이를 위한 매각 주관사 3곳(삼성ㆍ대우증권ㆍJP모건)이 최근 선정돼 지난 13일부터 실사작업을 개시했다. 이번 실사작업은 약 40일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매각공고는 11월 초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에는 인수희망자들의 인수방식이 달라도 경쟁입찰로 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는 우리금융 매각 입찰의 최종 참가자를 선정한 뒤 참가자의 인수조건을 검토, 내년 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려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정부가 못 박고 있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우리금융의 새 주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국내 금융사 중 현재 우리금융의 새 주인으로 손꼽히는 곳은 단연 하나금융지주다. 당초 KB금융지주도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으나 어윤대 회장이 내실을 쌓기 위해 향후 2~3년간은 M&A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못 박은 상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KB금융의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독과점 논란을 살 수 있다. 하나금융이 이처럼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에는 자금동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은 국내외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만든 뒤 이를 통해 예보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하고 나머지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공적자금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논란을 살 수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금융의 독자적인 새 주인 찾기 노력도 한층 표면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점주주에 의한 지배구조 구축을 선호하는데 이를 위해 포스코ㆍKT는 물론이고 국민연금 등에도 지분인수를 권유하고 있다. ◇외환은행 새 주인 찾기도 다음달 윤곽=또 다른 은행권의 매물인 외환은행 역시 다음달이면 새 주인 찾기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외환은행의 새 주인 후보로는 국내의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유력시됐으나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에 보다 관심을 보이는 눈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호주계 은행인 ANZ의 동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ANZ는 최근 국내에 80명을 넘어서는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8월30일부터 실사를 개시, 이달 17일 관련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 이슈는 ANZ가 실사를 통해 외환은행의 인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로 모아진다. 이에 앞서 ANZ는 외환은행의 인수가격을 3조원대로 제시해왔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반면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론스타(지분율 51.02%)는 최소한 5조원가량은 받아야 외환은행을 팔겠다는 제안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당 1만5,000원 이상의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외환은행 매각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는 론스타와 ANZ 간 가격협상이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론스타가 ANZ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해왔고 ANZ 역시 아시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양측 간 가격절충이 이뤄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긍정론에 다소 힘이 실리고 있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입시 투자한 자금을 최근까지 배당 등을 통해 전액 환수한 만큼 굳이 ANZ에 올인하겠느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ANZ가 외환은행 매각 입찰의 흥행을 돋우기 위해 일종의 들러리로 참여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환은행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상황을 주시할 뿐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6월 말 현재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외환은행 지분율 현황은 ▦수출입은행 6.25% ▦한국은행 6.12% ▦국민연금 5.03% 등이다. 수출입은행 등은 최대 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태그어롱(Tag Along) 옵션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론스타의 지분매각 가격 수준을 보고 향후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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