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작업을 본격화하면서 특히 소득세 공제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내년부터 이른바 자녀장려세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와 연계해 기존 소득세법상의 소득공제 중 다자녀공제 등 양육 관련 소득공제를 뜯어고칠 계획이다. 아울러 근로장려세제(EITC)의 기준을 완화해 고용 확대를 도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1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안'에서 "근로장려세제ㆍ자녀장려세제를 재정여건, 지원 규모 등을 감안해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자녀장려세제란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만 18세 이하 자녀 1인마다 최고 50만원(연소득 4,000만원 이하는 50만원, 4,000만원 이상은 50만원 미만)의 세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기존의 소득공제 체계를 수술할 수밖에 없다. 현행 소득공제 중 인적공제가 1순위 수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적공제는 기본공제ㆍ추가공제ㆍ다자녀 추가공제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기본공제는 납세자 본인과 부양가족ㆍ배우자를 포함해 1인당 150만원을 소득에서 빼주는 방식이다. 추가공제는 부녀자 세대주의 경우 50만원, 70세 이상의 경우 100만원, 장애인의 경우 200만원, 신생자녀 및 입양자녀에 대해서는 200만원, 6세 이하 자녀에 대해서는 100만원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다자녀추가공제란 둘째는 100만원, 셋째부터는 1인당 200만원씩을 소득에서 제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 모두 보육지원(보조금) 성격의 공제항목을 담고 있어 자녀장려세제 도입시 폐지ㆍ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는 "지원 성격의 공제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점차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조세지출 정비 원칙과 궤를 함께한다.
정부가 지원 성격의 소득공제제도를 점진적으로 세액공제제도로 바꾸려는 것은 현행 소득세 공제 체계의 역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부자일수록 공제를 더 받는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을 산정해 세율을 곱하기 이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 받는 고소득자일수록 절세효과가 커지는 역진성을 갖고 있다. 반면 세액공제는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일정의 세금을 일률적으로 깎아주므로 서민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적다.
물론 세액공제는 소득공제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조세지출 부담을 늘려 재정형편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재정부는 일거에 관련 공제제도를 정비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득세의 공제제도 중에서도 지원(보조금)이 아닌 비용 반영 성격을 담고 있는 공제제도는 현행대로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그 수혜기준이 강화되거나 수혜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 비용 성격의 공제로 꼽히는 것은 의료비공제ㆍ교육비공제 등이다. 카드공제 역시 수술 가능성이 있으나 자칫 세원 양성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 개편 여부는 미지수다.
재정부는 또 EITC제도의 경우 지원 수준을 높이고 재산기준을 완화하며 중장년 1인가구로까지 수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현행 EITC의 소득요건은 부양자녀 수에 따라 최소 1,3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또한 납세자가 배우자를 두고 있고 18세 미만의 자녀를 한명 이상 부양해야 혜택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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