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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마케팅·기술력으로 "불황이 도약기회" 입증

■ 위기서 빛난 '한국기업의 힘'<br>현대차 파격 이벤트로 美서 '나홀로 질주' <br>LCD는 주력품목 지속적 품질관리 '결실' <br>"휴대폰·조선도 시장 점유율 더욱 높일것"



“시장 재편은 대체로 경기침체기에 일어난다. 상위기업이 추락하거나 중ㆍ하위기업이 정상권에 오르는 시기가 바로 불황의 시기다.”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의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본격화됐을 때 기업들은 “지금이 퀀텀점프(도약)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세계 시장에서 보여주는 저력은 그 주장이 공허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불황이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전개되는 과감한 마케팅과 완성도 높은 기술력이 국내 기업들이 갖고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 공격적 마케팅=현대차는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미국 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뚫기 위한 과감한 시도였다. 이 프로그램은 할부금이나 리스료를 내던 고객이 수입원을 잃었을 때 할부ㆍ리스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차를 반납받아주는 것.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월 현대차 웹사이트 클릭 수는 50% 증가했다. 자동차 사이트 오토모티브에서 현대차에 대한 구매의향도 15% 올랐다. 이 같은 반응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업체는 물론 도요타도 1월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현대차의 판매량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앞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마케팅의 효과로 현대ㆍ기아차가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이 수익성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경우 현대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며 불황이 극복될 시점에 경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CD , 품질관리의 힘=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경쟁력은 마케팅 관리와 주력 분야 품질관리 등 수년간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삼성 LCD는 삼성전자 세트 부문과 소니라는 양대 고객을 확보하고 프리미엄급 대형TV 패널에서는 경쟁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위상을 확보해 매출 면에서 유리하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납품 비중은 25% 안팎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중국 등 다양한 거래선을 확보해 꾸준히 관리하는 형태로 노트북을 중심으로 PC용 패널에 강점이 있다. 노트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어서 LG디스플레이로서는 안정적인 판매신장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불황이 겹쳐 선두권 업체에 고객이 몰리는 효과까지 나타나면서 두 회사는 말 그대로 위기를 시장 리더십 강화를 위한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휴대폰, 다양한 라인업=삼성전자는 선진시장(미국ㆍ유럽)과 신흥시장(중국ㆍ중동ㆍ아프리카) 모두 프리미엄에서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했다. 특히 영국ㆍ독일ㆍ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 노키아ㆍ소니에릭슨을 무너뜨렸고 미국에서는 터줏대감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1억대 클럽에 가입하고 두자릿수 영업이익률(11%)을 기록하는 등 주요 5개 제조사 중 판매량ㆍ매출액ㆍ영업이익 등 3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LG전자는 특히 터치폰과 메시징폰을 각각 1,000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은 최근 인력이탈까지 발생하고 있어 이들이 한국 업체들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환율도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3각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 수주물량 확보=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미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2~3년 건조할 선박을 미리 수주해놓았다. 여기에 최근 환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는데다 후판가격도 하락해 수익성은 오히려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은 올해 인도해야 할 선박들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 실제 빅3 조선업체들이 현재 건조하고 있는 선박들은 2~3년 전 수주한 것들로 납기가 연내로 확정된 물량들이다. 이 물량 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수주 가뭄’에도 경영실적은 오히려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의 실력이 검증되면 시장회복기에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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