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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續 괴로운 박세리

30일 레이크 사이드CC, 1년만에 돌아와 다시 대회장에 나선 박세리는 전날 잠을 좀 잤는지 연습라운드때처럼 지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뜻 언뜻 비치는 얼굴의 어두운 그림자를 감추지는 못했다. 전날의 헤프닝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구체적인 사정이야 주변에서 말해주지 않았으니 모를테지만 협회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못내 신경쓰이는 것처럼 보였다. 박세리가 「박세리 환영의 밤」행사에 불참하면서 신낙균 문화체육부장관을 비롯한 한다하는 인사 4~5백명이 모두 헛걸음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보내 온 대형화환은 빛 바랜채 행사장 입구에 서 있었던 일이 29일 있었다. 시즌중 무리하게 귀국한데다 한숨 제대로 잠잘 시간없이 바쁜 일정에 몰려 위태해 보였던 차에 결국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박세리 피곤때문에만 생긴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사정을 확인해 본 결과 한국 프로골프협회와 한국여자프로골프후원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당초 박세리의 일정과는 무관하게 계획됐고 박세리측에 참석을 요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협회측은 박세리측의 확답없이 행사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실무자가 박세리 아버지와 삼성물산 세리팀에 행사 개최를 알린뒤 참가가 확정된 것으로 밀고 나간 것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역시 잘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아버지 박준철씨와 입장을 통일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하도록 해보지』라는 식의 애매한 표현이더라도 참가 가능성이 담긴 말은 나오지 않아야 했다. 선수에게 무리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정해진 일정대로만 움직인다는 원칙에 묶였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박세리의 숙소인 신라호텔에서 행사장인 하얏트까지 불과 10여분, 저간의 사정을 모른채 행사 불참소식만을 들은 사람은 누구나 박세리를 비난한다. 원칙없이 우왕좌왕한 협회와 원칙만을 고수한 소속사 사이에서 박세리는 괴로울 뿐이다.【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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