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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자금 급증 배경·전망] 저금리에 투자처 잃은 뭉칫돈 '동요'

[부동자금 급증 배경·전망] 저금리에 투자처 잃은 뭉칫돈 '동요'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한때 4%미만까지 떨어지고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5%대까지 추락하면서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어지자 고객들은 대거 단기상품에 머물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일부 발빠른 자금들은 고위험.고수익을 찾아 주식과 회사채, 부동산시장을 넘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자금들은 아직도 방황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동자금은 자금시장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안정도'를 측정하는 지표 구실을 하고 있다. 장기채권이나 제조업의 설비투자자금등 금융기관의 안정적 자금공급을 저해하기 때문에 부동자금이 늘어날수록 자금시장은 불안해진다는 뜻이다. ◇ 금융권내 부동자금 280조 = 누구든 필요할때 언제든지 빼 쓰거나 다른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단기성 수신은 지난 1월말 현재 약 280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5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장기 MMDA등 만기가 6개월은 넘지만 언제든 중도해지가 가능한 자금들을 합치면 300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98조원, 언제든 빼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26조원이상 몰려있으며 6개월미만 정기예금에도 40조원 가까이가 들어있다. CD, RP, 표지어음 등 시장성 수신금액도 34조 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2금융권의 단기상품에는 올들어 훨씬 더 많은 자금들이 유입되고 있다. 대표적 초단기형 상품인 투신사 MMF는 지난 1월 현재 잔액이 36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1월 한달간 9조7,000억원이나 늘었고, 이달들어서도 지난 17일까지 4조원이상 추가로 급등했다. 투신사의 또다른 단기상품인 단기채권행신탁에도 올들어 19조원이상의 자금이 몰렸으며, 증권사 고객예탁금과 종금사 수신도 꾸준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최소 2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사금융시장의 부동자금도 유사한 성격의 대기성 자금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2금융권에서 이탈한 자금들이 대거 은행권으로 유입됐으나 올들어 금리가 급락하면서 이 자금들이 다시 수익성을 찾아 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자금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채 단기상품에 머물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 부동자금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6%로 떨어짐에 따라 물가상승률이나 세금 등을 감안하면 예금자들이 맛볼수 있는 실질수익률은 0-1%로 추락했다. 하지만 실질수익률이 낮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마땅한 투자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자금을 굴려야 할지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자금흐름으로 봐선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도 아니고 일부 발빠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기도 했으나 그 규모는 당초 예상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며 "아직까지도 국내경게대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만큼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은행예금보다 수익성이 높지만 예금부분보장제의 보호대상이 아닌 투신사 MMF에 돈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은 일단 은행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취하면서 언제든 마땅한 투자처가 있으면 옮겨가겠다는 의미"라며 "이 같은 현상은 초저금리시대의 돌입에 따른 고객들의 동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자금흐름 왜곡 등 '부작용' = 부동자금의 급증은 그러나 돈이 금융권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이나 장기채권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저해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 한은은 콜금리를 인하하면서 국고채등으로만 몰려드는 자금이 회사채나 기업대출 등 다른 쪽으로 흘러가길 기대했으나 여전히 금융기관들은 안전자산만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시중 뭉칫돈들은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받아도 운용하기가 마땅치 않다며 사절하기 시작하자 대부분 대기성자금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소폭이라도 자금마진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받겠지만, 이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금융기관들이 거액예금유치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소 신인도가 떨어져 예금을 가릴 여유가 없는 종금사나 신용금고등의 단기예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금융기관에 들어와도 산업자금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점차 완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은행들은 아직도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확대등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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