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교란, 불공정거래 등 공매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가 신뢰성 논란에 빠졌다. 금융감독 당국이 확인을 하지 않아 보고 대상이 모두 보고를 했는지를 알 수 없는데다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제재 규정도 없어 사실상 자율로 운용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셀트리온과 삼성전자의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에 공매도 세력이 연계됐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사의 기초자료가 되는 공매도 포지션 보고 자체에 허점이 있어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공매도 포지션 보고 건수는 5만708건에 이른다.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는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주식 수의 0.01% 이상일 경우 금융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건수는 지난해 9월 4만9,725건을 기록한 후 매월 2만~5만건에 달한다. 제도 시행 이후 총 보고 건수는 41만1,498건으로 하루 평균 2,200건가량 보고됐다.
문제는 외국인과 기관 등 투자가들이 지금껏 제대로 공매도 포지션 보고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가 시행 이후 10개월가량 지났으나 보고 이행 여부 등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았다.
투자가가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에 따른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가해지는 금융 당국의 제재 수단도 없다.
이처럼 미이행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는 물론 적절한 제재조차 이뤄지지 않자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조사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잘못돼 있는 상황에서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고 대상이 보고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미이행에 대한 제재 수단도 없는데 누가 제대로 보고를 하겠느냐"며 "공매도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금융감독 당국은 조사 방침을 밝히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 보고가 100%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 제도 자체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매도 포지션 보고 미이행에 대한 제재는 앞으로 규정 개정 등으로 마련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는 공매도 여부를 공시 의무화하는 방안과 함께 추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투자가가 공매도에 나선 주식 수가 상장회사 발행주식의 0.01%를 웃돌 경우 해당 증권사와 성명, 공매도 포지션 등을 발생일로부터 3영업일 내에 금융 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현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해 시장 교란 및 불공정거래 등에 적절히 대처하고자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 및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지난해 8월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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