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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전윤철 감사원장

“우리 경제가 지난 10년 동안 국민소득 1만달러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가장 큰 장애요인은 집단 이기주의를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국가적 목표가 정해졌음에도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추진과정에서 갈등을 겪을 경우 감사원이 적극 개입하겠습니다.” 취임 두 달을 맞은 전윤철 감사원장은 올해 최대 화두를 묻자 집단이기주의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전 원장은 인천 자유경제구역의 외국인 학교ㆍ병원 유치를 둘러싼 관련 부처간 갈등을 비롯해 부처간 이기주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이 같은 집단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올해 우리 경제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100대 정부 주요 사업에 대한 상시 감시체제에 들어갔다며 감사원 상당수 직원들이 이 같은 새로운 감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평일 야근은 물론 일요일까지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이 `소비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최근 정부 주요 정책 추진과 관련된 100대 세부 사업에 대해 상시 감시체제에 들어갔는데, 어떤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십니까. ▲과거 사후 지적감사에서 벗어나 국가의 주요한 정책이나 사업의 추진상황을 상시 점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의 근원을 발굴하는 거시적 관점의 시스템감사 체제를 구축하게 된 셈이죠. 감사원은 앞으로 정책과정에서 발생될 낭비요인을 조기에 발견, 시정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정운영의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하겠습니다. 만약 부처간 의견대립이나 이해집단의 반대 등으로 추진과정에서 혼선이나 애로가 있는 정책이 있을 경우에는 `관계기관 합동회의`등을 통한 정상 추진도 독려할 예정입니다. -주요 정부 정책과제 중 20여개가 재정ㆍ금융정책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 이 분야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계획입니까.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해 시장개혁조치가 예측가능하고 일관되게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선 국제화된 금융감독시스템 구축 등 금융시장의 건전성 제고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특히 재정운영의 효율성과 건전성 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가령 공적자금 회수 등 국가채무에 대한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수의계약제도 개선 등 각종 정부의 계약제도에 대한 투명성도 높이겠습니다. 아울러 지자체간 부익부빈익빈을 조장하는 이른 바`매칭펀드(Matching Fund)`등 국고보조사업의 운용개선도 촉구하겠습니다. -감사원이 정부 정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의도는 이해합니다.다만 국무조정실의 조정업무와 중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언뜻 보면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조정업무가 중복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의 평가는 정부의 모든 정책 전반에 대해 정기적인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정부 정책조정에 반영하는 내부 평가입니다. 반면 감사원이 구축하려는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제도는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부처간 이기주의 등으로 문제 발생이 예상되는 사업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사업추진을 독려하거나 심층감사를 통해 개선대안을 제시하는 외부 평가입니다. 따라서 이를 정책평가의 중복으로 보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카드특감을 통해 상당수 금융감독기구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우려가 있는데요. ▲시장에서 문제가 생길 때를 보면 항상 시그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드부실의 경우 정부가 이 같은 시그널을 제대로 못 챙긴 감독책임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를 해봐야 겠지만 감사결과 카드부실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카드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감사는 신용카드사의 부실초래 원인이나 신용카드업 감독실태 및 카드대책추진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효율적인 감독과 부실재발 방지를 위한 감독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실시할 예정입니다. -현 금융감독체계가 어떻게 조정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아울러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운영에 대한 감사 진행과정도 궁금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에서, 감독정책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실제 감독은 금융감독원에서 각각 수행하는 등 감독체계의 다원화로 효율적인 감독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따라서 금융감독 체계와 금융감독기구ㆍ기업구조조정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시스템을 재정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현재 한은이 운용 중인 포트폴리오는 투자기법이 낙후되어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하반기에 `외환보유액 효율적 운용방안`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과거 경제수장으로써 경제회생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은 잘되는데 기업투자 부진, 청년실업 등 어려운 상황으로 일자리 창출과 투자심리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에서 창업, 공장 신ㆍ증설 및 사업 인ㆍ허가 신청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지연 처리하는 행위로 인해 기업인의 의욕을 꺾고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을 억제한지 얼마 안된데다 카드문제까지 걸려있어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내수쪽에 무엇인가를 부추기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힘듭니다. 이럴 때 일수록 관련 부처들이 소비진작책에 대해 연구를 해야 될 것입니다. -감사원이 기업들의 경제활동 제고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방안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감사원은 이번 달부터 부처들의 소극적인 업무행태로 인한 기업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하여 경제활력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기업들의 애로ㆍ불편사항을 접수ㆍ처리하는 `기업불편 신고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신고센터는 감사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도 설치해 기업들이 쉽게 불편사항을 호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감시시스템 구축 및 경영진에 대해 개선을 촉구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또 공기업 인사업무에 대해서도 감사를 하실 계획이신지요. ▲공기업은 그 동안 민영화, 조직ㆍ인력 감축 등 꾸준한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곳곳에 낭비요인이 남아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기획예산처장관ㆍ경제부총리 등을 거치면서 피부로 절실히 느꼈던 것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감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내고 개선대책을 강구하는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즉 국민의 정부 이후 추진돼 온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합리화 시책의 추진실태에 대해 중간평가를 실시해 민영화 할 것은 제대로 했는지와 민영화 이후 경쟁원리의 정착과 코스트다운(Cost Down) 여부를 중점 점검하겠습니다. 인사와 관련해서 올해 실시하는 공기업 감사시 채용ㆍ승진ㆍ전보, 인센티브 제도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결과 문제가 많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인사시스템의 근본적 개선대책을 관련 부처와 협의해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발자취] 부실銀매각등 지휘`개혁전도사` 공정위원장ㆍ경제부총리등 지내 전윤철 감사원장은 소신과 열정으로 역경을 헤쳐 나온 공직자의 귀감이다. 지난 97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시작으로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쳐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세간에서는 고건 국무총리,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등과 더불어 소위 `직업이 장관`인 사람으로 불린다. 그에 대한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이 80%의 압도적인 지지로 국회에서 통과된 것도 이 같은 그의 경륜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원장 발탁 전에는 정치권 영입설도 나돌았다. 전 원장은 선이 굵은 시장주의자다. 경제기획원 과장 재직 시절인 79년에 개발론자들의 거센 반대를 물리치고 공정거래법을 입안, 통과시켜 시장경제의 초석을 마련했다. 외환위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시절에는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재벌개혁을 추진했다. 예산처 장관 시절에는 방만하게 운영되던 공기업의 구조조정업무를 진두지휘했다. 그 같은 개혁작업은 모두 인심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국익을 위해서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했던 그였기에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경제부총리로 발탁된 후 대한생명ㆍ조흥은행 등 부실금융기관 매각을 적극 추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런 그도 행시 합격 후의 초기 관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아 승진이 늦어졌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실력을 쌓으며 공직자의 소명정신을 발휘해 소신을 지킨 것이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약력 ▲39년 전남 목포생 ▲65년 서울대 법학과 졸 ▲66년 행정고시(4회) 합격 ▲89년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국장 ▲94년 경제기획원 기획관리실장 ▲95년 수산청장 ▲97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000년 기획예산처 장관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 ▲2002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3년 제주대ㆍ목포초당대 석좌교수 [내가 본 전윤철 원장]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 전윤철 감사원장은 나와 고등학교ㆍ대학교ㆍ행시 동기라는 끈끈한 연을 맺고 있다. `전핏대`라고 불릴 정도로 직선적이고 화끈한 성격 탓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오해를 한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솔직하고 소탈한 점이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전 원장은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강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으며 주어진 소명을 끝까지 다하는 뚝심을 발휘할 줄 안다. 그가 감사원장에 취임하면서 감사원이 갖는 헌법적 위상과 직무의 독립성을 확고히 해 성역 없는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으니 당연히 정부 부처 감사에 있어 많은 개혁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견된다. 그가 원장직을 맡은 이상 감사원 조직이나 역할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37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풍부한 행정경험에서 비롯된 그의 자신감과 성실성이 곁들이게 되면 후일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밤낮으로 경제개혁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고뇌하는 가운데에서도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였던 그였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20여 년간 인연을 맺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와 연관하여 우리나라의 경쟁정책과 공정거래제도에 대해 틈틈이 생각한 바를 책으로 엮은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를 저술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후 다시 감사원장으로 돌아온 것도 바로 그가 지닌 성실성과 관료로서의 능력 및 혜안을 인정 받은 데 기인한 것이다. 이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관운이 많다고 얘기하지만 공직 초기 그는 승진이 늦은 편이었다. 최근 그의 모습이 어려운 시기에도 인내를 배우고 꾸준히 자신을 개발하며 최선을 다한 결과이지 결코 우연이 아님을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담: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 <정리=김민열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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